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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리 팔자


BY 노피솔 2001-05-06

3월까지는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금방 흘러가 버렸고
4월 한달은 아이의 교육문제로 여러 가지 신경을 쓰다 보니, 또 정신없이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사실 6살 먹은 아이에게 무슨 교육이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은 그렇지가 못해서...저번에도 언급했지만
유치원에서 아이에게 학습지도를 해 달라고 알림장이 오면서부터, 나의 그동안의 무심함을 반성하며...그야말로 요즘 엄마들처럼...이것저것을 처음 알아본 것이였다.

사실 근 1년 이상을 12시에 귀가하다시피 하던 터라(하필이면 지금 하는
일이 10여년 이상을 사용해오던 프로그램에서 막대한 돈을 투입하여 새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으로 옮아가는 도입초기여서 뭐든지 그렇지만 도입 초기 단계애서 여러 가지 문제점과 애로사항이 많을 때라 정말 고생 많이 했고...지금도 하고 있다.)

그 동안 아이고 가정이고 개인이고 없는 조직 안의 기계 부속품같은 생활을 해왔던 터라 아이에게 전혀 신경을 못 써 준 것도 사실이였다.

남들은 아줌마가 뭐 그리 열심히 일하느냐는 둥, 혹은 나몰라라하고 땡
하면 퇴근하기 바쁜 여성들도 많지만, 사회생활을 안 할 꺼면 몰라도 이왕
하는 일을 여자라고 해서 혹은 기혼여성이라고 해서 대충대충 하는 것은
질색인 까닭에 더 사서 고생을 하는 지도 모른다.

하여간...아이의 교육문제로 이것 저것 알아보니...우리 나라의 아이들..
교재, 교구류는 도대체 왜 이리 비싼 것인지 모르겠다. 왠만하면 50만원이상 호가하기 일쑤이고, 그나마 거의 모든 교재마다 방문교육이라 하여 한 달에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씩 지출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적인 특수성이라 한다.

나처럼 평범한 서민 수준에서는 방대한 인터넷상의 정보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알고 있다 할지라도,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내가 집에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들로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자연 교육을 해 줄 입장도 못되는 엄마들은 참...요즘 세태 속에서 아이 길러내기가 이만저만 고민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하다 못해,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급되어 있는 한국프뢰벨사의 은물이 750,000원 정도인데 슈필가베& 셀렉타라는 곳에서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은 약 1,200,000원 정도나 한다. 물론 한국프뢰벨사의 한국내 독점계약이 종료되어서 이제 좀 더 다양하고도 저렴한 은물 제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과연 프뢰벨이 살아 있어서, 우리나라에 와서 자신이 고안한 은물의 가격이나 보급상태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은물(미국식으론 기프트(Gift)라고도 하고 독일식으론 가베(Gabe)라고 한다)의 가격을 보면 아마..프뢰벨도 한국에선 은물로 자기 아이들 교육을 못 시킬 것이다. 더군다나 방문수업비까지...

우스운 것은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파는 교구들과 같은 교구들이 외국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는 국내와 비교하면 거의 헐값 수준에 판매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은물만 해도 그렇지...그 나무쪼가리들이 왜 그렇게 비싸야 하는 건지, 난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부자들만 아이를 가르치라는 것인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도입함으로써, 벌써 유아단계 아이들부터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요즘 아이들은 발레,수영,웅변,미술,피아노,과학,한자,국어(한글),수학, 각종 지능개발용 교재수업...등등...이것저것 배우느라 쉴 틈이 없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은 상궁이고, 아이들은 왕자, 공주란다. 공주님은 화려하고 예쁜 옷으로 휘감아 놓고, 엄마는 정작 후즐그레한 옷 밖에 입을 수가 없다고 한다. 왜냐면 아이 앞으로 너무 많은 돈이 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궁 생활에 불만은 없다고 발레학원에서 아이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던 어느 상궁 엄마 인터뷰한게 신문에 나왔더구만...(사실 상궁도 신분이 높네...무수리 부모라고 해야 할 거 같다.) 아빠는 마당쇠, 엄마는 무수리...자식은 공주와 왕자...

남들 다 한다고, 다 해 줄 형편도 안되고, 설사 된다해도 할 시간도 없는 나같은 엄마는 손가락 빨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교육 풍토가 정말 서글프기조차 하다.(물론 나는 형편이 된다고 해도, 게을러서도 못한다.. *^^*)

아마도 내 아이들을 위해선 엄마가 이렇게 바빠서 자기를 교육적으로 들볶을 시간이 없는 것이 천우신조이고 행복한 일일 지도 모른다고 종종 생각한다.

좋은 엄마..아빠가 되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할 거 같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돈이 많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어느 광고 문구를 바꿔야 할 거 같다. 혹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은 돈이 많은 부모를 사랑합니다" 라고 바꾸던지.

울 아들 요즘 내가 출근할 때 멘트가 " 돈 많이 벌어 오세요"다. 쩝...
물론 아이들이 엄마 어디 갔어요? 하고 물어보면 할머니가 엄마 돈 벌러 갔다..하고 대답해 준 것을 듣고 아이들이야 무심결에 하는 소리지만...

우리 큰 아들놈 가끔 엄마 돈 많이 벌어서 나 이런이런 장난감
사주세요? 하고 말하는 걸 보면....자기 계산에 내가 돈을 많이 벌어와야 장난감을 많이 사 줄 거 같은가부다...ㅠ.ㅠ 에고...내 무수리 팔자야 ~ ~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