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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인생 엿보기(2)-하나에서 열까지 고마워~!


BY ggoltong 2002-06-25

나는 남편이 길거리에서 옷을 사는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않았었다.
사내커플로 만났던 우리..
남편은 언제나 깔끔하고 편한 웃음을 지닌 그런 멋스러운 사람이였다.
어쩜 내 눈에만 그리 보였는지도 모를일이지만 난 이런 그의 덫에 단박에 걸려든 고라니 같은 신세가 되었다.

총각때는 있는집 막내아들이였는지 메이커 옷들에 잘 다려져야 입을수 있는 바지, 삶으면 광택이 나는 흰색 소재의 옷들이 많은 그였다.
조금은 멋쟁이 과였던 울 남편..
결혼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더니 자신에게 너무나 인색해졌다.
여자가 결혼하여 살림에 치중하느라 자신에게는 인색해지는것 처럼 내남편 역시 나와 같이 인색해지는 범위를 자신에게 국한시키고 있었다.

결혼하고 입벌어질려는 구두를 기어코 신고 다닌다.
마누라 욕먹이니까 당장 하나 사자고 했더니 끝끝내 그 구두를 신고 다녔다.
총각때는 볼수없는 그의 모습이였다.
볼때마다 구두로 입씨름을 하던 울부부..
안되겠다 싶어서 와락 현금주고 십만원짜리 구두를 사가지고 왔다.
신기야 신는 울남편.. 내성의를 봐서 멋적은듯 구두를 잡아들었다.
하지만 난 그를 잘 안다..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 이 돈이면 울 애들 옷한벌씩 사줘도 남을것을...'
이리 생각할것이다. 분명히..

바지를 사야했다.
몸이 불어서 이다.
바지를 사자고 한 날 남편은 조금 늦게 들어왔다.
남편의 손에는 검은 비닐 봉지에 옷이 들려있었다.
꺼내어 보니 한장에 만원 줬을 바지다.
몇촉 백열등에 옷색깔 구분도 못했을 남자가 부랴부랴 자신의 옷을 사온 속을 나는 잘 안다.. 내가 또 일을 저지를까봐서 였다.
어느때였나..
남편이 자신에 대해 들이는 돈을 너무나 아까워하고 더군다나 물빠진 바지는 너무나 얄미워보였다.
나는 남성 메이커 옷집으로 내달렸다.
그리고는 길거리에서 사는 옷칫수의 바지를 사가지고 들어와 무조건 바지 하나 집어들고 단을 자르고 고쳤다.
바꿀수없게 말이다.
헌데 일이 생겼다.
우리나라 옷칫수는 왜이렇게 다들 틀린지 길거리표와 메이커 옷집 칫수가 서로 틀렸던 것이다.

남편은 그 옷을 입지 못했다.
난 그 옷이 너무나 아까워 생병나는 줄 알았다.
헌데 지금은 살이 빠진 울 남편..
그 옷을 잘 소화해서 입고 다니고 있다.

남편은 용돈을 아낀다.
용돈을 아껴서 그 비싼 작동완구를 어느날 불쑥 큰아이 앞에 내밀고 큰아이에게 물려입느라 새옷,새신발 하나 못신은 우리 둘째 공주님에게도 귀여운 샌들을 선물해주는게 나의 남편이다.

나의 생일날..
그 며칠을 너무나 바쁘게 일했던 남편에게 기대같은건 하지 않고 며칠 쉬러 친정에 애들 데리고 갔었다.
헌데 뜻하지 않게 생일 전날 저녁 친정으로 나를 데리러 남편이 왔다.
땀이 범벅이 되어 있는 얼굴이였다.
생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자는 아이들 깨워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날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새로 이사와 장만한 아까운 식탁에서 울 남편 너무나 고맙게도 생일 축하노래를 들을수있는 행복을 선사했다.
생크림 케?恙?꽂혀있던 자그마한 촛불들...그리고 내딸아이의 생일 축하노래..가스렌지에는 미역국이 끓여져 있었고 언제와서 집안을 치웠는지 내가 마치 상석에 앉게끔 식탁의자에 앉아있는 ..나는 마치 궁전의 여왕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조금은 사치라 느껴지는 꽃다발.
나는 꽃다발과 함께 지금 볼륨등 아래서 행복한 생일파티를 한다.
비록 굉장한 선물에 눈이 부신 축하장은 아니더라도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을 얼마나 쏟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피곤했을텐데.. 그 마음씀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날 우리부부, 위스키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내가 했던 말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나같은 촌년이 당신을 만나 이렇게 눈부셔졌노라고..말이다.
정말 나는 내 남편을 만나 대단한 발전을 한 여자다.
그 발전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촘촘히 방안에서 부비며 자고 있는 저 세명의 보석에서 부터..
말할려면 이 밤이 새고야 말것이다.

여보..고마워~!
방안에서 자고 있는 당신의 숨소리가 오늘따라 무척 애처로워 보인다.
어제 오늘 힘들었지?
그리고 속썩여서 미안해..
난 언제나 철이 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