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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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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이야기 -6.(아!~ 친구야.)


BY hl1lth 2001-04-18

6.-아!~ 친구야.

그저 남편 하나 바라보며 두 딸과 그림처럼
열심히 살아가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남들처럼 식구들과 한 달에 한번, 혹은 어쩌다 한번씩이라도
외식이란 걸 해 본적은 없었지만, 열심히 일하고
기름투성이가 되어 돌아오곤 했던 그 남자의 손에는
철마다 다른 먹거리가 봉투에 담겨져 들려져 있곤 했더랍니다.
빈방에 전등불 꺼라, 수돗물 아껴 써라 잔소리는 많았어도
가족들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손톱이 닳도록 열심히 일하던
성실한 남자였지요.
어느 날, 그 남자가 강원도의 어느 병원에 중환실에 누워있다는
연락을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발전기를 설치하는 일을 하던 그 남자는 강원도 출장 중
공사를 하다가 동료가 안전수칙을 어기고 그 남자가 작업 중이던
전기선과 연결된 전기 줄을 콘센트에 꼽는 바람에 그만
감전이 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거의 죽음으로까지 치닫던 그 남자의 생명 줄은 지금
식물인간이나 별 반 다름없는 상태로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처음엔 거의 실성하다 시피 하여 남편을 붙잡고 안타까워하던
제 친구는 딸 둘만 빈집을 지키게 하고
병원에서 몇 년 동안을 좁고 기다란 나무침대를 안방으로 여기고
남편수발하며 지냈습니다.
고생하는 환자에 비하면 자신의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던 그 친구는 집에서 단둘이 의지하며 지낼
딸들 걱정에 가슴이 에리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친구는 남편을 혼자 놔두고 딸들 곁에 있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 아이들은 건강하니까. . .
목에 호수를 끼워두고 미수가루 같은 걸죽한 음료를 식사대용으로
하던것을 졸업하고 그나마 입으로 끼니를 넘길 수 있게되자
병원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남편을 엠블란스에 태워
집으로 옮겨 온 친구는 그나마
두 딸들과 함께 있게 된 것을 행복해 했습니다.
딸들 역시 비록 침대에 누워있기만 한 아빠였지만
집으로 돌아 온 것에 대해 너무나 기뻐했음은
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집을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빠에게
아빠 다녀올께요! 를 빼먹지 않는 6학년이 된 막내는
그렇게 누워 있기만 한 아빠인데도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큰 딸 역시 일주일에 두 번, 누워 있는 아빠를
목욕시키는 날은 꼭 일찍 들어와 엄마를 거들었지요.
세 모녀는 아빠가 식사를 잘 받아 삼켜주어서 행복하고
변이 좋아서 다행이라 여기고 면도를 해 드린 날은
아빠가 너무 멋있어졌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에겐 그렇게 있기만 해도 좋은 아빠이지만
움직이지 못하여 살과 근육이 마르고
공기를 품어주는 특수침대인데도 불구하고 욕창이 생기고
생각 없는 눈으로 허공만을 지키는 모습을 보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근육이 오그라들어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환자는
문둥 촌에서 피부에 좋다는 약을 구해와 발라주고,
자리를 이리 저리 움직여 주며 애를 씀에도 불구하고 욕창이 심해져
이제는 한 쪽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생명까지도 위험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남편의 수발에만
매달려 왔던 제 친구는 그렇게도 의연하고 담담하더니만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자신들의 곁에 그 사람을 붙잡아 두어야만 하는
것인지, 그 사람을 고통 속에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젠 정말 자신이 없다면서요.
뭐라 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요즈음 안락사에 관해 사회적으로 놀란이 많습니다만
진정으로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슴이 오그라 붙고,
천지가 내려 않는 일 일 테니까요.
게다가 한 사람에게 걸 수 있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리란
희망을 포기하는 일이며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다 보니
감히 안락사가 옳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다는
자체가 두렵고 가슴 아픈 일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생각이지만 장기를 기증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본인이 건강할 때 자신에게 혹시라도 그같은 불행이 생기면
안락사 해도 좋다는 각서 같은 것을 원한다면 남길 수 있게 하고,
본인의 의지를 샐행 되어 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만
이미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서 그 또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행히 경제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은 친구이기에
가슴아픔이 조금 덜어지는 듯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것도 제삼자가 하는 모르는 소리 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건 그렇지 않건
같은 상황의 다른 분들을 생각하면 식구중의 한 사람이
그런 상태로 있다는 것은 정말 지옥 같으리라 생각됩니다
한 사람에게 거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겪고 감내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도 크면서도 희생이 따르는 일이거니와,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기엔 너무나도 암담하고도 막막하기만 하기에,
나머지 사람들의 희생을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나
겪고있는 당사자거나, 너무나도 안타깝고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아, 차라리 안락사란 것을 할수 있다면. . .
끔찍하지만 생각하고 있는 제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도 놀랍니다.
안타까운 현실과 상황속에서 점점 웃음을 잃어 가는 친구의 모습과
그나마 아빠가 곁에 계시다는 것에 안도와 감사를 드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오랜 병석에서 지쳐가는 내 친구의 남편의 모습에서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 보지만 전 답을 ?기가
정말 힘이듭니다.
몇일 뒤 집으로 ?아 보게 될 내 오랜 친구. . .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과 행복을 ?아 낼 줄 아는 제 친구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래도 가슴이 아프고. . .
울음을 터트렸던 그 친구의 심정을 헤아려보며 다시 한번
또 가슴이 미어집니다.
기운 내라고, 씩씩 하라고 말하고 오게 될 것이 뻔한 제 자신에게
진정으로 그 친구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인지를 되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