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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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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14)


BY 만석 2025-07-01

학교가 개강을 해서 막내딸이 아주 바쁜 한 주를 보내는 모양이다.
토요일에 엄마 보러 온다더니 오지를 못했다.
에미가 걱정할까봐 말은 하지 않아도 탈이 난 모양이다.
에구구~. 오지는 못해도 탈은 나지 않았어야 하는데....

에미가 병이 났는데도 못 오는 걸 보니 많이 안 좋은가 보다.
다음 날 그렇지 않아도 작은 얼굴이 핼쑥해서 현관을 들어섰다.
나나 아프면 좋으련만 막내딸 아이까지 왜람.
이젠 아이들이 와도 아니 사위가 들어서도, 밥을 해줄 체도 않는다.

이웃의 <보쌈식당>에서 점심을 주문하고 식비를 서로 내야한다며 떠들다가 내가 이겼다.
늘 처갓집에 와도 당연지사로 사위가 점심을 맡아놓고 샀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사야지.
냉면과 보쌈으로 배를 채우고 막내딸이 제법 근엄하게 입을 연다.
"엄마. 섭섭하게 듣지 마시고 제 얘기 들으세요."

"왜. 무슨 얘긴데 그리 의미 심장한 표정이야?"
"엄마가 이제 팔순이 지나셨어요."
''엄마가 오래 사셔도 10년? 아니 20년?이예요.''
"아이구. 그렇게 오래 살면 어떻게 해."

"그렇죠?! 진통제 내성이 아무리 세다 해도 2~30년이예요."
"그러니 진통제 맘 놓고 잡수어도 괜찮아요. 아파서 고생하지 마시고 진통제 잡숫자고요."
"사람이 몸이 편해야지....아프신걸 내성이 무서워서 진통제를 못 자시는 건 그건 아니라고 봐요."
"사람이 몸이 편해야지.... 엄마. 서운하세요?"

"그렇지?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진통제에 대한 편견을 허물자는 얘기다.
"엄마. 우리 진통제 잡숫는 걸로 해요. 진통제가 그렇게 금방 내성 때문에 어떻게 되고 그러지 않아요."
맞다. 딸아이의 숨은 지혜가 오늘도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내가 내성에 강한 진통제 구해 드릴게요. 드시고 편하게 지내세요. 제 말뜻 이해하시죠?" 암. 이해 하고 말고.

내성 때문에 수명에 문제가 생긴다면 내 딸아이가 이러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현명한 아이다.
아직 진통제는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내 통증은 멀쩡하다. 언제 통증이 왔었나 싶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편하게 만들까. 딸아이와 헤어지고 두 번 통화를 했다.
"엄마. 섭섭하신 거 아니죠? 우리 엄마 현명하신 거 내가 알지. 진통제 잡숫고  20년만 버티쇼. 아셨죠?"아 옛날이여 (14)                               중학교 3학년.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중입니다요.
                                다시는 못 올 추억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