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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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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여유...


BY hyangin 2002-05-13


친정아버지,엄마와의 외출..
친정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소홀하게된 탓에
자주 찾아가뵙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송구스러움을 느끼던 차에
우연찮게 나들이를 계획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소리..
예쁜 커플룩의 젊은이들이 롤러블레이드를 시원스럽게 밀고 다니고,
예쁜 꽃밭에서 다정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여념이 없는
어느 중년부부의 행복한 표정.
휠체어에 불편한 몸을 실은 노인을 밀어드리는 자식의 뿌듯한 웃음..

일산 호수공원의 푸르름과 시원함을 맛보며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점심과 아버지께는 포도주한잔을 따라드렸다.
얼마만에 가져보는 부모님과의 나들인가.....
그옛날 부모님이 우리들을 챙기며 나들이를 했듯이
오늘은 그 반대의 입장으로 이렇게 이자리에 있다는 것에
새삼스러움을 느끼며 아버지께서 따라주시는
포도주를 맛나게 받아마셨다.

그리고 보니 엄마 치마자락을 아직 놓지 못하고 있을 무렵
뚝섬으로 물놀이를 간 적이 있었다.
물놀이 그 자체만으로도 들떠있는 우리들을
아버지는 한껏 더 즐겁게 해 주시느라 그 사람많은 백사장에
엎드리셔서는 우리들을 말을 태워주셨다.
힝~~~히~~~잉~~ 말울음소리를 크게 내시며
당신의 엉덩이를 치시며 우리들을 하나,둘씩 올려 놓으시곤
한낮의 뜨거운 해로 달궈진 백사장의 모래를 헤집고 다니셨다.
그 넓은 등에 우리 셋은 대롱대롱 매달려 서로 떨어질세라 꺅꺅거리며
아버지 사랑을 온마음, 온몸으로 부대며 좋아라 했었다.

그런 지금...
그 자식들 품에서 하나 둘 떨어져 나가 모두들 저 살기 바뻐
한번 찾아뵙는 일에 소홀하니 얼마나 서운하고 쓸쓸하실까..
마음속으론 이해를 하시겠지만 그 서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란 걸 우리 자식들은 얼마나 헤아려 줄 수 있을까...
그렇게 크고 넓던 아버지 등이 작고 초라해보이는 탓은
내가 그만큼 커져버려 아버지의 세월을 읽어버린 때문일까..
하지만 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노연세이신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시고
자기관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젊은이 못지 않은 정신건강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제법 바람이 불어 앉아 있는 동안에 서늘함을 느꼈지만
마음은 한없이 푸근하기만 했던
부모님과 같이 모처럼 누려본 여유로움이었다.
아버지,엄마와의 짧은 한낮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흐믓해하시는 모습이
미약하나마 자식된 도리를 해드린 것 같아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그래도 세월을 무시못함에 문득 문득 자신없어하는 말씀을 하실땐
속상하고 가슴이 시리다.

아버지..엄마...
그저 건강하시구 오래 오래 사셔서 우리들 그렇게 사랑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