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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그 고귀함에 대하여..


BY 실버들 2002-01-04

나이테가 한 줄 새롭게 생겨났다는건
실로 경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세월의 때가 한 웅큼 축적이 되었다는
순수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어졌다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지다보니
때때로 필요악을 요하는 상황이 생겨나기도 하고
고갤 쳐들고 살고싶은 허욕탓에 처세술이란 것도 터득하게 되어
순수의 옷을 입고 살아가는게 진정한 행복이라 늘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그 고귀함을 제대로 느껴볼 수가 없을 정도에 이르렀으니
그저 세월이 무상할 따름이다..

순수 (純粹)..
매사에 끈덕지게 매달리지 못하는 습성탓에
아직껏은 특별히 결실을 본게 없었는데
초등3년짜리 작은아들녀석이 요번에 태권도에서 풍띠를 따내었다.

우수상과 메달은 도대체 어떻게 선정해서 주는건진 모르겠으나
보통 상장의 두배정도 크기의 우수상과 번쩍번쩍 빛나는 메달을 목에건 아이는
세상이 온통 자기것인양 하루 왼종일 감정조절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얼마나 기쁘고 좋았으면 잠자리에 들면서까지도 띠를 맸을까! ㅋㅋ

아마 누구에게나 어린날의 소중한 이런 기억들이 있을거다..
그러니까 내게도 내 아들 나이쯤이었었나보다..
가만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옷감들이 귀했던 탓이었나
옷값도 무척 비쌌고 다양하지도 않았던것 같은데

나는 일본에 계신 외삼촌한테서 가끔 보내져오는 소포덕에
공주같은 예쁜 블라우스와 주름치마를 즐겨입는 특혜를 누렸었다.

그런데 지금도 눈에선한건 하필이면 내용물 속에
빨간체크 바탕에 해바라기 모양의 주머니가 달린 앙증맞은 에이플런이
하나 껴 있었던 것이다.

내가 평소 알고 있던 것과는 크기도 모양도 너무나 다르기에
얼마나 예뻐보였던지 다른 옷들은 다 밀쳐내고
잠자리에 들때마다 그걸 허리에 두루고는
한밤 내내 알프스소녀 하이디가 되어 드넓은 평야위를 날아다녔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처럼만에 오늘은
잠옷위에 풍띠를 매고서 실실거리는 녀석위로 오버랩되는
앞치마두른 한 소녀를 실로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삼십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순수가 고귀하게 교차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