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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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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동창회


BY 남상순 2001-02-27

엊저녁 늦게 남편 동창회가 있다고 참석독려 전화가 온겁니다. "공문에 부부동반 아니던데?" "꼭 데리고 가야하우?"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진행되더만요?

오밤중에 "내일 동창회 부부동반이랜다 같이가자"
그러는겁니다.

실은 오늘 내가 이현이 당번이었거든요? 며느리 오늘 운전연수 이틀째입니다. 22만원이나 어제 돈을 냈거든요?
이를 어쩌나? 이현어미 사정을 봐줄 양으로 어머니 교실도 다른분에게 부탁드리고 아기 보기로 작정한참인데
동창회에 나가본 적이 없던 사람인데 웬일이래? 갑자기?

이번엔 안나가면 꼴이 망가지는 모양이더라구요. 게다가 마누라 안데리고 가면 홀아비로 취급받을까 겁이나는지? 최선을 다 해보라나?

수진이가 비상대책을 세우더군요. 친정엄니에게 이현이를 부탁하고는 내게 시간을 주었어요. 오전에 모임에 갔죠. 남편과 같은 학교를 나왔으니 모두가 아는 분들인지라 반갑기도 하고 이번에 동창중에 모교 총장이 나왔으니 축하도 할겸 겸사겸사 갔습니다.

갈때 각오했죠. 동창회 가면 돈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돈내야죠. 많이! 우리 나이엔 가면 모두 돈 내는것 밖에 없더라구요? 부자냐구요? 부자는 부자지요 아들이 있으니...힘겨운 짐을 넌즈시 자원해서 지더라구요.

거기까지야 좋았죠. 모교에 충성하겠다는데 내가 뭐랍니까? 남편도 나도 가난한 학생들이어서 모교에 신세를 진 사람들이니 신세 갚을 나이도 되질 않았겠어요?

동창회 마치고 차를 주면서 먼저 내려가랍니다. 언젠가도 여주에 갔다가 먼저 가라고 해서리 다시는 부부동반 안간다고 선언했던 기억이 나건만, 오늘 또 왕따 당한거예요. 어쩌겠어요. 동창들 만나서 좋아죽겠는걸...차 가지고 혼자 인천 내려왔죠. 자기는 전철로 온다나?

방금 도착하니 이현이도 외가에서 안오고 텅빈집에
오직 나를 반겨주는건 컴퓨터 뿐. 그런데 점심 잘 먹고 왔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저녁에 오기만 해바라 다음에 내가 동창회 가면 한밤 자고 온다고 해야쥐......

그런데 느낀게 있어요. 총장! 그거 할 일이 아니더만요?
아니! 날보고 총장 하랄 사람도 없고 또 남편이 총장할 행운도 힘들겠지만, 왜 그리 오늘 총장이 딱해보이던지요? 빚갚고 학교 꼴 만들어 놓을려면 고생문이 훠언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학교 총장들은 그리 모두 단명한가?

이번 총장은 "나는 다른 총장보다 조금 오래 살고싶습니다." 총장취임할 때 그리 멘트를 했다니...정말 힘들겠어요. 동문들이 기업가가 많아서 팍팍 밀어주면 재단이 힘이 있을텐데...그것도 아니구 정말 학자들이 무슨 재주가 있어요.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밖에...대학총장은 정말 사업가나 대인관계에 성공할 사람들이 하는거구나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명예롭겠지만, 내가 제일 뱃속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명예는 없어도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돈 내면 고마운 사람이 될 수 있자나요. 와! 총장부인 못된 것도 다 남편 덕이네? 잘났어 정말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