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의 재회
- 정 현정 -
다시 만나자는 기약도 없이,
하얀님 남겨두고
등을 보이시더니,
이제야 옷깃 여미는 바람 몰고
유유히 가슴 속 파고드는 당신은,
미워할 마음이 들기도 전에
님은 그리 작은 내 뺨에 입술자국
남기시네요.
그립다고 붙들 수 없는 님,
내게로만 시선을 뺏을 수 없는 님, 당신은...
정말 스치는 자욱자욱 마저도
가슴길 그리웁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을 숱하게 좋아라 하는
다른 이들은 당신의 바람을 밟고
해를 가슴에 안지만, 전,
다시금 떠나가실 걸 알기에
이렇게 온 몸으로 당신을
의연히 받아들입니다.
이런 날 꾸짖지 마세요.
오늘 하루를 감사하겠습니다.
내일을 두려워하며, 아파하며
허비되는 오늘의 시간은
우리에게 크나큰 선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