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 정 현정 -
그렇게 지나면 다 무뎌지는 거라고,
물 흐르듯 놓아두면
다 잊혀지는 거라고
난 그 말만 믿으며 걸어왔습니다.
그렇게 내가 그린 시간이
정말 지워질 줄 알고...
눈물에 담긴 상처가 더 불어져
가슴 전체를 점령했음에도
그저 아픔의 잔영이라고
거짓 위안을 삼고, 또 삼으며
난 바보같이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스치우는 인연에도
자그마한 추억정도 남기는 법인데
그 긴 시간이 남겨온 기억을
통째로 잊겠다니,
멀리 할수록 더 가까이 서 있는
아픔은 정말이지
내 몸 뉘이는 그 날
함께 안아야만 멈춰질 고통인가 봅니다.
용서하고 싶습니다.
용서받고 싶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흐르는
이 바보의 눈물을...
하늘은 보고 계시나요.
이젠 거둬 주세요.
울부짖는 심장의 눈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