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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BY 시 쓰는 사람 단 2013-09-09

 

한 번쯤은

 

 

 

여보,

한 번쯤은 꿈꾸었겠지

남다른 삶에 대해서 말이야

모든 게 쉽고 쉽게 풀려

손쉬운 현실을 만들어 가는 꿈인데

당신도

나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욕심 말이야

욕심이라고 할 수도 없지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으니

허영이라고 해야 적당할까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이게 우리가 느끼는 삶이잖아

지쳐 가는데

그 지침을 쉬게 할 만한 여유는 생기지 않고

그래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데

죽을 용기는 더더욱 없어서

높은 곳에 올라서도

날개 없는 새를 이해하지 못하잖아

 

 

여보, 

일탈을 꿈꾼지도 오래된 것 같아

우리의 분신이라 태어난 아이를 보며

더욱 일상 속으로 흘러들어갔지

삶은 생활이었고

다른 것을 찾기엔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무엇보다 열정이 없지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이 단조로운 습성은 뭘까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이 시간은 뭘까

 

 

여보,

나 가끔은 벗어나고 싶어

뒷바라지해야 할 것들을 피해

혼자 서 있고 싶어

무언가 남기지 않아도 되는

빈손이 되고 싶어

 

 

여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을 테니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

난 아직

채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야

그러니 비우는 일을 할 수 없을 거야

자유를 줘도 머뭇거리겠지

 

 

여보,

이런 이중적인 삶은 싫어, 지쳐

태연한 척 현실에 묻어나는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쫓아가듯 

쫓겨가듯

이런 저런 역할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여보,

두렵지만 걸어가고 있어

멈추면 나의 여린 속살 드러날 테니까

단단한 척 강한 척 했던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지울 수도 없는

후회스러운 흔적 생길까봐

 

 

하지만, 이 짓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나도

잘 모르겠어

 


 

*시집[일기 속에 일기]  <시 쓰는 사람 단> 2013년 tstore,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