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여보,
한 번쯤은 꿈꾸었겠지
남다른 삶에 대해서 말이야
모든 게 쉽고 쉽게 풀려
손쉬운 현실을 만들어 가는 꿈인데
당신도
나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욕심 말이야
욕심이라고 할 수도 없지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으니
허영이라고 해야 적당할까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이게 우리가 느끼는 삶이잖아
지쳐 가는데
그 지침을 쉬게 할 만한 여유는 생기지 않고
그래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데
죽을 용기는 더더욱 없어서
높은 곳에 올라서도
날개 없는 새를 이해하지 못하잖아
여보,
일탈을 꿈꾼지도 오래된 것 같아
우리의 분신이라 태어난 아이를 보며
더욱 일상 속으로 흘러들어갔지
삶은 생활이었고
다른 것을 찾기엔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무엇보다 열정이 없지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이 단조로운 습성은 뭘까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이 시간은 뭘까
여보,
나 가끔은 벗어나고 싶어
뒷바라지해야 할 것들을 피해
혼자 서 있고 싶어
무언가 남기지 않아도 되는
빈손이 되고 싶어
여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을 테니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
난 아직
채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야
그러니 비우는 일을 할 수 없을 거야
자유를 줘도 머뭇거리겠지
여보,
이런 이중적인 삶은 싫어, 지쳐
태연한 척 현실에 묻어나는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쫓아가듯
쫓겨가듯
이런 저런 역할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여보,
두렵지만 걸어가고 있어
멈추면 나의 여린 속살 드러날 테니까
단단한 척 강한 척 했던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지울 수도 없는
후회스러운 흔적 생길까봐
하지만, 이 짓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나도
잘 모르겠어
*시집[일기 속에 일기] <시 쓰는 사람 단> 2013년 tstore,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