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열 두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죽음은 잔치였다
사흘 밤낮을 쉼없이 사람들은 오고 갔으며
먹을 것은 풍족하였다
마을 여자들이 조문객들에게 줄 도시락을 싸고 있는
광문턱을 넘나들며
까스명수와 찐계란을 친구들에게 나눠줄 때면
갑자기 부자라도 된 듯 기쁘기도 하였다
겨울 햇살은 따뜻했고
햇살 아래 상여는 만지면 날아갈 듯
한 마리 새처럼 앉아 있었다
겨울
햇살은 그지없이 따뜻했고
새는 날아서 산으로 갔다
그리고 몇 날을 눈이 내렸다
마당을 서성이는
바람의 거친 발걸음
간간히 들리는
개 짖는 소리
허연 창호지 문에 일렁이는
대숲 그림자
나란히 누운 잠든 식구들의
고른 숨소리
그 위로 흰 눈이 사정없이 내려 쌓이면
나는 영문도 모르게 가슴이 메어와
뒤안문가로 얼굴을 묻고 소리없이 울기도 하였다
속절없이 날아가버린 고운 새와
어둠속에 홀로 눈을 맞고 있을
그 나라를 생각하며
눈은 바람따지에
어른 허리께보다 높이 쌓이자
비로서 그쳤다
그리고 어느덧
잔치는 끝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