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
김수인
넓은 바다를 보고 싶은 어느 날,
드넓은 바다의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기나긴 다리를 건너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으로 간다.
해안을 찾는 연인을 위한 하얀색 카페를 지나
언덕으로 가는 좁다란 오솔길을 걸으면
돌지 않는 풍차가 하늘 아래 우뚝 서 우리를 반기고,
풍차를 지나 언덕의 끝에 다다르면
사방에서 푸르른 바다가 그 깊은 심연을 숨기고
조용한 물결로 다가와 하얀 파도가 되어 부서져 간다.
바다로 포위된 파도치는 언덕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어떤 이의 고독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데,
비록 저 넓은 바다가 될 수는 없지만
바다같은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는 있기에
바람이 전하는 희망을 안고 바람의 언덕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