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붕어 바다를 그리다.
이중수
어느 하루 그랬었다
매일 마시던 물맛도 너무 밍숭했고
매일 바라보던 작고 조그만 형광빛 하늘도
그날따라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둥그렇고 부드럽던 유선형의 지느러미도
너무 나약하게만 느껴졌다
저녁뉴스시간에 들려오던 바다의 소리가
가슴을 후벼팠다
어항 속에서 훔쳐 본 바닷고기들은
날렵한 갈퀴같은 꼬리와 수염을 갖고있었다
바다의 하늘은
파란빛깔이 부서져
포말을 이룬다고도 했다
바다가 되고 싶었다
이 볼품없는 몸뚱아리가 짠물에 녹고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도
커다란 세상을 만나고 싶었다
착각의 바다일지라도
이 완벽한 절대고독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랬었다
바다가 여기 이렇게
내
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