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비 내리는 오후
자그만 우산 속에 두 어깨 맞댄 채 걸어가는
푹 젖어있는 남자의 한쪽 어깨에 몽글거리는 사랑
올망졸망 병아리 같은 아이들
손에 손잡고 까르르 웃어대며 걸어가는 모습속의 동심
갓난아이 혹여 다칠세라
두 팔에 힘주어 부자연스레 안고 있는
초보아빠의 믿음직한 넓은 어깨의 든든함
해 지난 명절 바리바리 보따리 싸주시며
두 손 꼭쥐고 가라하시는
눈물 훔친 채 등 돌린 엄마의 조금씩 작아지는 어깨
아침부터 야단맞고 대문 나서는
초등학교 아들놈의 축 늘어진
등 뒤 너머의 제 몸 무게만큼 무거운 가방
애써 웃음 띤 얼굴로 안녕을 말하며
뒤돌아서는 친구의 뒷모습
뒤돌아서도 눈물 삼킨 웃음을 계속 지켜 내주길 바라는 마음속 기도.
억지웃음을 지을 수 없고,
가면의 화장도 할 수 없는
우리네의 뒷모습.
나를 속이려해도
그대로 내가 비치고 마는
나의 뒷모습.
오늘도 난
진실한 내 모습을 너에게 보이기위해
한걸음 먼저 뒤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