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비둘기는
상처받은 우리의 평화
오래전에 잃어버렷던 것들을
기억나게 한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
잃어버린 용기
절망에 짓눌려 의무감 하나 달랑,
술취한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우리
삐쭉 솟은 건물의 피뢰침에
높은 담벼락의 쇠창살에
날개 찢긴 비둘기
날아오르려고 푸드덕거려도
짓누르는 절망감, 그 가슴 부여잡고
차가운 도시의 하늘만 바라보는 우리.
찢겨진 눈, 깨진 부리, 상처받은 몸으로
탁한 도시의 공기에 콜록거리며
오염된 물과 음식이라도 구하기 위해
오늘도 도시를 헤매이는 비둘기.
상처받은 가슴, 지친 육체를 이끌고
탁한 도시의 공기를 기꺼이 마시며
살아남기 위해,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도시를 헤매는 우리.
도시의 하늘 위에는 상처받은 평화들이 날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