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헤어
갈 때 마다 미용사가 바뀌는 베스트 헤어
손이 퇴색한 그녀는
서걱서걱 분무기를 뿌린다
낯선 물줄기가 주문을 받고
늦은 아침이 진도 2.1로 흔들린다
가벼운 허기 속 사이다빛 그리움이 지나간다
날씬한 가위질
숱이 많기도 해라
그녀의 탄성이 금속성으로 파동치고
구름을 말아 올린 여자가
잡지에 엉킨 고개를 쳐든다
칡넝쿨로 뻗어 오른 반곱슬 욕망들이
비명횡사 한다
외골수의 햇살과
버팀목이 되어준 음지 식물과
무식해서 찬란했던 그 숲의 그 바람들
아삭아삭 면도날이 베먹고 나면
너저분한 식욕의 뒷자리
젤을 발라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는
굶주리다 놓아버린 언니의 손을 닮았다
따뜻하다 어머니의 슬픔처럼
훌훌 털어내고 흘러가는 베스트 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