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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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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들이


BY 그린플라워 2025-08-15

엄마는 독립유공자의 손녀다.
올해는 80주년이라 대대적으로 행사를 한다기에 엄마를 모시고 사는 동생과 내가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해마다 엄마와 딸들이 참석하는 연례행사다.
여동생네서 7년째 사시고 계시지만 아직도 주소는 고향에 두고 있어서 안동으로 가야 했다.
과천에서 안동까지 세시간 남짓 걸리지만 연휴라 차량 정체를 염두에 두고 다섯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다.
남편이 행사 당일 새벽에 동생네로 데려다준다고 했는데도 동생이 전날 와서 자라고 했다.
잠자리 바뀌면 잘 못자지만 동생 성화에 전날 동생네로 갔다.
엄마방에서 엄마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는데 엄마가 주무시면서 푸푸거리시고 잠꼬대도 하셔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거실에 나와 누워있는데도 엄마는 화장실을 자주 들락이시고 다시 잠이 드시면 잠꼬대를 하셔서 거실에서도 새벽녘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벽 세시가 넘어서야 까무룩 잠들었다가 다섯시 알람소리에 깼다.
대충 하고 다섯시반에 출발하면 좋으련만 동생은 고데기로 머리한다고 한참 수선을 피우더니 엄마 머리도 고데기로 매만져드리느라 여섯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출발했다.
제시간에 출발 못할줄 뻔히 알면서도 전날 동생네 가서 밤잠도 제대로 못 잔 나는 속이 부글부글 했지만 운전하는 동생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땀을 많이 흘리시는 엄마 머리카락은 고데기를 댄 보람도 없이 금새 원위치 되었다.
행사가 10시에 시작이라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도착 예정시간이 9시 50분으로 나왔다.
한시간쯤 가고 있을 때 엄마는 휴게소 멀었냐고 하셨다.
며칠 대변을 못 보셨는데 그게 지금 마렵다시는 거다.
휴게소 들렀다 가면 한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참으실 수는 없냐고 했더니 땀을 흘리시면서 안된다셨다.
가까운 휴게소 화장실 앞에 차를 대고 엄마를 모시고 갔는데 줄이 여간 긴 게 아니었다.
다시 나와 입구에 있는 장애인화장실로 가니 비어 있었다.
간신히 해결을 하고 조금 달리다보니 이번에는 멀미가 난다고 하셨다.
지퍼백을 드리고 토하게 해드렸다.
내년에도 또 이 행사에 가실 거냐고 물어보니 이제 다시는 안 가시겠다셨다.
해마다 다시는 안 가시고 마지막이라시며 행사에 참여하시는 엄마나 기어이 모시고 다니는 딸들이나 극성맞기는 도긴개긴이다.
가는 도중에 행사 진행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행이 행사 직전에 간신히 입장 했다.
행사 후 주최측에서 점심제공을 하겠다고 했지만 마다하고 근처 맛집에서 우리끼리 식사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풍기에 들러 인견 옷 몇 벌 샀는데 예전처럼 매장이 북적이지도 않고 한산했다.
과천에 돌아와 뼈해장국으로 저녁식사까지 하고 헤어졌다.
엄마는
"남들이 우리를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들 할거다."
그러셨다.
동생은
"뭐 어때? 내년에도 가실 수 있다면 가셔야지."
했다.
집에 돌아와 큰아들에게 엄마는 할머니 연세에 그렇게 못 돌아다닐 것 같다고 했더니
"에이~ 그 유전자가 어디 가겠어요. 어머니는 더 하실지도 몰라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