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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쓰지 않는 날.
BY 느림보 2005-12-16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눈이 詩를 쌓아놓고 낱말을 녹여내어
낮은데로 흐르기 때문이다.
아름답거나
이쁘다거나의 말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눈이 책처럼 두껍게 쌓이는데
읽는다면 두발에 단단히 힘주어 누르는 힘.
조각난 가슴들을 이어 붙여
너른 들판에 오로지 한가지 色만 써놓은 詩.
시원하게 한 번에 외워져 들어오는 바람.
굳이 눈이 오고 있는 날은
詩를 쓰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