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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지 않은 길에서


BY 천정자 2005-10-08

아직 만들지 않은 길을 찾고 있었나 봅니다.

누군가 한 번의 발자욱에 드러누운 풀 숲에 속살 보이는

흙위를 걷고 싶었습니다.

 

게을러 더디가는 속도계가

성급하게 찾는  것들이

그길에

혹시 있을까.

설마 내가 길 잃어

오도가도  못하는 섬처럼

붙박이 되어

혼자 서있으면 어쩔까  싶었습니다.

 

하나씩 찍히는 그 수고로움이 새겨진 길만  따라가다

멍청히 핀 접시꽃 붉음에

툭툭 털어지는 가슴 한자락을  들켜도

겁이 하나도 안  나는 그런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내가 바보라도 기꺼이 숲속 열어 주듯

문열어 들여다 봐도

인사하는 줄 알고

냉큼 발목 들어서게 하는 너그러운 길이

보고 싶었습니다.

 

 

걸어갈 땐 뒷모습이 보일 듯 말 듯 하여도

서운하지 않은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