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만들지 않은 길을 찾고 있었나 봅니다.
누군가 한 번의 발자욱에 드러누운 풀 숲에 속살 보이는
흙위를 걷고 싶었습니다.
게을러 더디가는 속도계가
성급하게 찾는 것들이
그길에
혹시 있을까.
설마 내가 길 잃어
오도가도 못하는 섬처럼
붙박이 되어
혼자 서있으면 어쩔까 싶었습니다.
하나씩 찍히는 그 수고로움이 새겨진 길만 따라가다
멍청히 핀 접시꽃 붉음에
툭툭 털어지는 가슴 한자락을 들켜도
겁이 하나도 안 나는 그런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내가 바보라도 기꺼이 숲속 열어 주듯
문열어 들여다 봐도
인사하는 줄 알고
냉큼 발목 들어서게 하는 너그러운 길이
보고 싶었습니다.
걸어갈 땐 뒷모습이 보일 듯 말 듯 하여도
서운하지 않은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