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예년보다
많은 감이 달렸습니다
나무들도
내년이면 헤어져야 함을 아는지
온 힘을 다해 감을 만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금년 가을은
우리 마음을 슬프게 함니다
북한산을 다녀오는 사람들
담장 밖에 뻗어난 탱자는
파랄때 부터 따가더니
지금은 울타리 안에서만
노랗게 빛을 냅니다
이제 몇 날이 더 가면
달콤한 향기
더욱 짙게 뿜어 내겠지요
30여년 전 이곳에서 태어나
함께 살았는데
모두가
뉴 타운 이라는
사람들의 소꿉놀이에
모두들 이사를 가면
이들은 어디로 가게 될지
.......
어제는
머리에 닿고 손에 잡히는 감을
200여개나 땃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며느리는
곶감을 만들려고
모두 껍질을 벗겼습니다
하나 하나 깍는 동안 요즘 얘기 옛날 얘기를 하였지요
어쩌면 이야기를 하면서도 생각했을 것입니다
며느리는
28년전 시집올때
울타리 한편에 가지런히 자라고 있는
조그만 탱자나무를
그리고
어머니는
네 남매 결혼시키고
아버님 계실때 모습도 생각 하셨겠지요
다 벗겨논 감을
발에 가지런히 모두 얹어놓고서도
우리는 내내
마음은 슬펐습니다
이들의 마지막 사랑의 선물을 온 몸에 느끼면서
생각 했지요
그래
너희들도 다 알거야
말은 안해도
그 동안 너희와 지낸 시간속에
우리의 모습을
.......
고맙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