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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기억의 저편


BY mulvit75 2005-05-16

 기억의 저편


세월만큼이나 늙어버린 누런 주전자에

막걸리 한 되가 숨이 차다

새참 나르는 길은 언제나 호젓해서 좋았다

조각조각 이파리들이 팔랑팔랑 계절을 알리고

이름모를 들꽃들이 좁은 길에 줄을 서서 피어있고

군데군데 에리한 속새풀들이 보초를 서 주었다


아버지가 손을 흔든다

들판이 흔들린다

세상은 늘 바르게 사는 사람들에게 비켜나 있다

허기짐이  따른다

목젖을 파고드는 막걸리 한 사발이 아버지의 힘인가

얼굴에 붉은 꽃들이 잠시 피었다 진다

먼 길 떠나신지 스무해

서 계신 자리에 잡풀이 우거지고

꽃들도 어김없이 계절을 찾는데

기억속의 낡은 아버지는 저만치 멀어져 있다

양은 주전자만큼 나도 낡아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