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체 부자가 된듯한 기분,
옥상가!
아스라이 걸려 있는 초록짙은 호박잎,
서로 앞다퉈 전기줄을 탑니다.
어른 머리만한 호박이
기와 지붕위 위험스레 메달리는 날,
몸베차림, 슬리퍼 모양의 시어머님은
황급히 옥상 계단을 오르십니다.
한아름 보물을 얻듯
조심스레 땅에 내려지는 호박덩어리들,
절반은 호박지짐에,
절반은 구수한 수제비에,
간난 아이 주먹만한 호박하나
땅에 구르는 날,
시어머님의 하 많은 된서리는
개구장이 우리아이들 머리위로 별처럼 쏟아지고,
여리디 여린 솜털 가득한 호박잎 한소쿠리
찜통의 열기로 축축히 물 먹으면
매콤한 된장조림에 따끈한 보리밥 한공기,
가을은 그렇게 매케한 모기향에
농익은 과일의 달큼함처럼
마음 풍성히 짙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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