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당신이 내게 전화를 걸 지도 모르지.
잘못 걸려온 전화를...
전화를 받기는 해야겠지.
당신은 아마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겠지.아냐 그냥 난 누구라고 말을 하겠지.
그동안 잘 있었느냐고...
그리고..어쩌면 지난 일은 미안하다든가...
아니 그런 말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 해도
그저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연락이나 하자든가...
아니면 무슨 아쉬운 사정이 생겨 내게 전화를 하게 되었노라
또는 당신이 얼음처럼 차가운 나보다 훨씬 너그럽고 사랑많은 사람이라
날 잊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을
조금 어색하게 비출 지도 모르지.
내 무슨 잘난 구석 없고
남들에게 필요한 사람도 아니지만
아무튼간에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올지 모르지.
하지만 난 말하겠지
미안하지만 전화를 잘못 거셨군요.
그리곤 조용히 끊어야겠지.
아니면
전화번호가 바뀌었군요...라고 할 지도 모르지.
사랑이 변하면 미움이 된다더니
내 마음 속에
당신은 영원히 없어져 버리질 않고
이렇게
잘못된 전화가 언젠가는 걸려오길 기다리게 하지.
그래 그런 날도 올 거야.
분명 잘못 걸려온 전화라고 말할 그 날을 기다리지.
'전화를 잘못 거셨군요'
그렇게 말하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곤 해.
그런 날도 올 거라고 믿어.
사랑이 변해서 식어버려서
미움이 아니고 그냥 재가 되면 좋겠어.
당신에게 내가 물처럼 공기처럼 아무 느낌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억울해서일까.
당신의 얼굴도 목소리도 그 많은 다툼들도
주고받은 모든 상처들도 깨끗이 없어져버리길 바라면서도
불에 데인 상처처럼 내 마음 완전히 아물지 못해서
말라비틀어지고 잡아당겨 뒤틀려지고 그렇게 아파하면서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을 날을 기다리지...
그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이 마음은 무엇인지...
그래도 살다보면 그런 날도 올 거라고
꼭 그렇게 믿고 싶은 나를...
당신은 기억조차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을테지만...
그 잘못된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아니면
한줌의 재로 부질없는 생 다하고 떠나버릴 날까지도
내 마음은 그렇게 기다릴 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