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백련지의 연꽃 대축제
온 세상 기운이
다 모인다는
저 갈매빛 도는
回山[회산]저수지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피와 땀이 묻혀있는 것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오늘 제 한 몸을 다해
저렇게 피워내고 있습니다
일로역 철길을 까는 날에는
북향을 가던 기러기도
길을 멈춰서서
초겨울의 하늘을
울음으로 물드려놓고
그 울음이 떨어진 남도 벌은
우리들의 고혈을
각 역마다
깜박거리는 불빛 속으로
실려려나가던
볏가마니 보리가마니 콩가마니
그 수를 어이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생떼 같은 아들 딸들
손발 묶어 전쟁터로 끌어 내고
총칼로 고향에서 몰아내어
일인들의 밑씻게로 노릇하게 했던
그 슬픈 역사를
회산 저수지는
다 알고 있네
누대를 하늘을 섬기며
살아온 사람들의 땅을 빼앗아
저수지를 만들고
일본인의 강압의 굴복 속에서
둑을 일으켜 세워
물막이 공사를 했던
피냄새나는 노동의 상처들은
그 저수지 물속에 고여 들고
그 누구도
이름 지어 불러 불수 없었던
고단했던 역사를
여섯 세대가 살았던
성도 이름도 빼앗긴 그 몸으로
백련을 구해다
물위에 띄우고 그것을 성소 삼아
정성을 들였더니
꿈속에서
12마리 학이 내려와
연꽃으로 피어났네
다음에 올 세상을
미리 펼쳐보인 그 가슴 속은
백련지의 그 연꽃
꽃밭을 이루어 놓았네
땅을 빼앗고
이름과 성을 빼앗고
조상의 제기까지 빼앗던
그 포악했던 일본인들
이 연꽃을 빼앗지는 못했네
그들의 종말이
발아래 놓여 있는 것을 모르고
한 세상 그렇게 설치다가
물아래 꺼꾸러 지는 그 그림자를
회상 저수지는 환히 비쳐주고 있었네
회산의 이골 저골에서
흘러 들어 온 산골 물은
하늘에서 내린 물이었으니
한 자리로 모여들어
벼의 뿌리를 틈실하게 가다듬으며
새로 다가올 날들을 꿈꾸었네
일로 역으로 실어 가는 쌀이
백만석 천만석
산더미를 이루어 실어간다해도
여기 누대를 하늘을
우러르고 살았던 사람들의
이 성소를 떠메고 가지는 못했네
이 성소에
피는 저 연꽃은
슬픈 님들의
고단했던 날들을
땅에서 하늘까지 피어 둔 것을
일인들이 어이 알았겠는가
총칼로 온 땅을 찔러
피로 얼룩지게 한들
하늘을 찔러
천하를 다스리려 했으나
그 또한 헛되고 헛된 것임을
저 물위에 핀 백련은 이미
화두 하나를 던져 놓고
있었다는 것을
일인들이 어이 알겠는가.
무지하고 몽매한 일인들
아시아인들을
가슴에 대못을 박아
자기들 세상의 이름을 새기고자 했으나
오늘 아시아 인들은 그 대못을 뽑아
일인들의 과거의 그 참상들을
붓끝을 삼아 한 자 한 자 써 내고 있으니
저들의 과거가 온 천하에 깃발로 걸려
나부끼는데
이것을 찢어 발기려고 야수처럼
발톱을 일으켜 세우지만
그 발톱으로 자기들의 심장을 핥키는
날이 오고야 말을 그 날을
연꽃은 물위에 비치고 있었네
저들이 화산의 그 불덩어리 속에서
한 걸음씩 걸어가 있네
참회 없이는 회생의 길이 없다는 것을
오늘 저들이
이곳에 돌아와 무릎 꿇어
저 연꽃 위에 눈물을 쌓아 두지 않으면
일인들의 앞 날은
무덤 속인 것을
저렇게 바람이 전 하거늘
누구 하나
귀 기울리는 자 없으니
어이 하랴
새벽안개 피어 오르는
새벽을 맞이하는
사람은 알리라 .
그 사람의 마음에서
빛을 내는 것을
그 빛을 따라 가는 것을 보면
연꽃 피는 그 앞에 서리라 .
우리 사는 일이
물거품으로 부서지고
뒤돌아 서면
아무것도 잡히는 것 없어도
그 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이 있으니
어느 한 자리
맑은 물이 고여
숨통을 트여 줄 것 같지만
그 물마저
안으로 고여 상해버리는 것을
그 누구인들 막을 수 있으랴
거기
없는 듯 피는
그 꽃 한 송이가 있으니
이것이 그 님들의 눈부심이 아니랴
햇살이 내리 비치는
해남 땅끝 마을을 지나
더 남으로 내려가면
바다로 뻗는
철로길 위에
몸을 실으면
가 닿는 무안 일로면
回山[회산] 저수지에
그대 생의 짐을 부려보라
연꽃으로 못 피어 주랴
못피어 주면
여름이 가기 전에 피어 주리라
눈물이 깊을수록 늦게 피는 것을
그대 알리
나무다리로 놓여진
그 길 따라서
건너다 보면
그대가 어디서 걸어와서
어디로 걸어 가는 것을
말해 주리라
그 님들이….
대지 같이 넓은 10만평의
저 백련 꽃을 보라
피면 필 수록
하늘의 비밀이
그대 마음에서 거울로 비쳐오고
그 거울 속에 비쳐오는
님들의 얼굴을 보리라
그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미움과 증오의 눈빛이 오고 갔던 것을
이제 한 꺼풀씩 벗겨보라
이 세상 그 누구인들
연꽃으로 피지 않는
사람이 있는 가를 보라
우리 사는 것이 힘들어
우리가 아닌 것처럼 살아왔다.
저 드넓은 끝자락 까지 피는
저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긴 어둠의 역사를 뿌리로 보낸다.
밝음으로 뽑아 내어 꽃 언저리에
얹어 놓은 것을 보아라
따가운 햇살
그 아래로
갯벌 저 만치서
밀어 올리는 파도를 보아라
그 파도를 세발 낙지는
발끝으로 휘어 감고
온 바다를 숨죽이게 했고
달 밝은 밤에는
삐틀삐틀한 글씨로 써 놓은
그 날의 서러운 시 한 줄을
사람들은 읽지 못하더라
먼 바닷길로 나선 어부들만
그 시 한 줄을 가슴으로 담고가
읽고 오더라
뭍에 사는 사람들 그 무엇이 바빠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가슴에 담는 것은
그 무엇을 한 자루씩 채워 놓고
저리 끙끙 거리며 사는지 모르겠더라
무안의 세발 낙지는
그 사람들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서
그 바다 위에 써 놓은
그 날의 서러운 시 한 줄을 들고 찾아
가는 것을 모르리라.
목젖에 넘어 가면서
그 시들을 풀어 놓아
갯벌 냄새 풍기며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무엇인가를
움켜 쥐어 주네
그때서야 캬 ! 하는
소리를 내며
소주 한 잔에 무거운 짐을 부려 놓더라
어디 그뿐이랴
무안의 그 매운 양파 맛은
속내장을 아리게 하지만
그 맛 또한 오래도록 기억케 하는
또 하나의 마늘이더라
님들의 마음이었으리라
훌통 해수욕장!
톱 머리 해수욕장!
여름날의 젊은이 가슴을 열러
차 맛의 달인인
초의 선사의
그 경지를 살짝 밀어 넣어 준다.
바다도 초의 선사의
그 차 맛을 알고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찻잔을 내민다.
누구라도 이 바닷가에 오면
그 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세월이 흐름이 아니라
세월이 거꾸로 거슬러 올라
옛사람들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살게 하는 것을
그러기에 이곳 바다는
다른 바다와 다르다
가만히 귀 기울려 보면
철썩 철썩 파도가 부서짐이 아니라
그 파도 소리는
차 따는 소리요
갈매기 소리도 차를 따르는 소리요
청파래 우무가사리
이 모든 것들이
차를 따르는 소리로 내고 있으니
어느 사람인들 찻잔을 내밀지 않으랴
그러기에
저기 저렇게 연꽃은 피어
초의 선사가 살았던
그 옛날을 오늘도
퍼 내어
찻잔을 내밀고 있네
저 많은 꽃 송이 꽃송이 마다
찻잔이 들어 있네
한번 끓여 마셔 보시구랴
그대여
사는 날이 힘이 겨웠는가
그 혐겨움도 담아 보시게
초의 선사의 법어
한 귀절을 담아 보시게
담을 수 없거든 저 연꽃에
담아 보시게
그대로 마셔 보시면
그대 마음 속에
법어 한 자락에
꽃으로 피어 날 것이네
한번 피면 지지 않는
그 연꽃 한 송이
그대 가슴에 꽂아 주게
힘겨운 날에 꺼내어
향기를 맡아 보게
님들은
이룰 수 없는 것 중에서
조국의 새 날을 찾아
동과 서로 찾아 헤매고
거기 찾고 싶어 머물고 나면
더 멀리 조국의 꿈이 있어
길 떠나고
그 길이 안개 속에 묻혀 있으니
가도가도 보이지 않는 것
이것이 님들의 역사가 아니었는가
역경에 찬 님들의
그 길 위에
연꽃 한 송이를 걸어 두게
육법 공양의
맨 처음 드리는 것이
이 연꽃이라 했으니
그 님들의 길 위에
연꽃 한 송이 얹어 두면
한 세상 사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네
세상은 손에 쥐면 쥘수록
모래처럼 빠져 나가고
풀어 놓으면 바람처럼 불러와
그대 마음을 채워 줄 것이네...
이 청리 모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