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희망" 황량하고 쓸쓸한 거리... 빛바랜 낙엽들만이 나뒹군다. 여름내내 비탄속에 죽어간 꽃들... 작렬하던 태양은 재가 되고... 한떨기 바람은 주검의 수의를 만들듯 거리거리 낙엽들로 만찬을 준비한다. 짙은향 가득했던 봄! 내내 울던 새들 둥지마저 잃었버렸구나... 그 푸르던 솔가지 짜릿했던 라일락 향기마저 황량한 들녘에 눈물로 흩뿌려 질뿐, 기쁨의 눈물도 메마른 가지마냥 밑둥을 드러내고 푸르던 가을 하늘 그 빛을 다 하였네. 나는 오랜시간 절망과 고뇌로 육신을 괴롭혔다. 차라리 그리움과 열망속에 한줌 재가 되리니. 내 영혼의 심연(深淵)속에 갇혀 잠든 그리움! 매일매일 자멱질로 탑을 쌓았구나... 죽으면 한줌 흙으로 돌아갈 이내 몸 어이하여 열에 들뜬 아이마냥 고뇌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나는 차라리 그의 맑은 영혼으로 남으리라. 내 눈물 한방울로 그의 육신 정화시키고 내 고른 숨소리로 그의 허덕임 다스리리니 이른 아침이면 뜰에 피어난 한떨기 수선화 떠오르는 해 등에 지고 초록빛 풀잎 이슬 앉히어 그대 어깨에 살포시 내려 앉으리... ...02/5/6 이스름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