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예약하고 살 수도 있을까?
잠자코 걷다가
문득 멈춰선 어디쯤에서
당신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지금보다 너그러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참으로 사사롭다. 나의 노력은.
물밑같은 기억들을 버리고
먼 산 보듯
먼 산 보듯 나를 본다.
수척한 희망들이 앞장서 간
예정속에서
그리도 초라한 깃발을 건
내 사람아.
이제
나를 반쯤 버리고
당신을 사랑하거나
당신을 반쯤 버리고
시를 쓰기로 하자.
한적한 세상 어귀에서
머뭇거리듯
머뭇거리듯 세월을 덜며
짧은 숨표 하나
간신히
찍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