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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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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솔베이지 2002-11-29

흰색 린넨위에 시침핀으로 꽂힌 하트가
금새 피를 뚝뚝 흘릴것만 같이 붉다.
이 테피스트리가 완성 되려면 붉은색 계열의 하트 아흔개가 필요하다.
퀼트 바느질상자 안에는 벌써 아흔개의 하트를 잘라 놓은지 한참 되었건만 손대지 못한채 빙빙 돌고만 있었다.
이제 목표가 생겼으니 시작해야 할거다.
그녀에게 이 테피스트리를 전해줄것이다.

그의 귀가 시간에 따라 완성 시간이 앞당겨 지거나 늦추어 질것이다.
물론 그는 내작업에 협조적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합당하게 늦게 와 줄것이다.

벌써 오늘밤 9개의 하트가 완성되었다.
10개째 드디어 그가 들어온다.
우리집에 있지 않은 그러나 낯설지 않은
비누냄새를 풍기며 들어 오는 그에게서 새벽 두시의 술냄새도
흐트러진 매무새도 존재하지 않는다.

"늦었네 ? 여태 뭐하느라 이제 들어와 ? "
" 음 피곤하다. 아까 전화 했잖아, 거래처 손님 만난다고 "
" 먼저 자라니까 ! 뭐하러 기다려 "
그의 목소리엔 짜증반 그리고 미안함 반이 섞어 있다.

" 기다린거 아냐 , 할일이 좀 있었거든 "
열개째 반쯤 꿰메다 만 하트가 내 손에서 펄럭인다.

" 또 그거냐 ? 청승 맞게 , 구부리고 앉아 꼬매는 모습 보면 정말 짜증난다. 그 놈에 걸레쪼가리 같은 나부랑이들 "

" 자기 볼땐 안하잖아"
뒤로 슬그머니 밀어 놓는데 반쪽만 붙어 있는 하트
그 볼썽 사나운 하트가 내 상처입은 내 심장처럼 보인다.

" 물받을까 ? 씻을래 ?"
" 됐다 피곤하다. 잠이나 잘란다. "

같이 자자는 말 한마디 없이 휭하니 그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가 들어간 침실과 내가 서있는 거실 사이엔
한없이 깊고 어두운 강이 흐른다.
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거실에 불을 끄고, 그리고 그림자 처럼 슬며시 발걸음을 옮겨도 그 깊고 어두운 강은 좀처럼 나를 받아 주려 하지 않을것이다.

그날 밤 나는 끝내 그 강을 건너지 못한채
밤새 반쪽만 붙어 있는 하트를 손에 쥔채 강언저리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