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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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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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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lsh1951 2002-09-18

할머니의삼년, 나의삼일


.늘 삶에 조바심을 치며 살아온 우리나이 여자들은 마음이 황패해 저도 맘놓고 훌쩍 어디로 떠나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은게 현실이다.

살아 숨쉬는 동안 다녀보고 싶은 여행지가 많으나 가정주부로서 훌쩍 길을 나서기란 가사일,아이들 뒷바라지 경제적 조건,등등 .늘상 이런걸 생각하다 보면
내일,내년으로 미루기 다반사인게 우리네 척박한 현실이였다.
하지만 이제 좀 달라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인네들이야 국내여행 정도는 여행으로 치지도 않을뿐,
아니라 유럽의 멋들어진 곳으로 호화스런 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어느 친구는 자랑삼아 늘어놀땐,난 어느 조그만 시골을 다녀와서 여행이라고
명함도 내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그녀들앞에서 몇시간의 외출같은 사찰기행을 신나게 떠들며 사소한
느낌들을 그녀들 보다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다,
아이들 커서 죄다 제 살길 찾아 떠나고 곁에 붙어있을 열정도 가라앉은
부부간의 사이도 몇일동안은 떨어저 있으므로 더 자유로움을 느낄 나이이기에
나는 자주 여행가방을 질머진다.

.메말라 가는 정서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서 어디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얼마동안 안절부절 하다가 급기야는 차에 짐을 실었다.
나날이 기운이 빠져 소슬바람에도 이즈러질 것 같은 육신을 털고 일어나 길을 나섰다.일년만의 일상탈출을 하고 여행길을 결심한 것이다.
일년 전에는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정리하는 여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인생의
방향을 생각하기 위함이라면 작년보다 훨씬 성숙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긴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으로 행장을 세심하게 챙겼다..
자동차에 연료도 가득 채워 넣고 만약을 위해서 이부자리도 준비했고.
쌀도 밑반찬도,,,취사도구까지도 생각나는 대로 준비했다.
나를 항상 따라다니며 칭얼대는 암이란 녀석을 달랠 약봉지도 잊지 않고 모셨다.
평소 먹지 않던 라면까지 한 상자 준비했으니 가히 짐작이 가리라,,

.지리산에 가면 오래 동안 은신할 수 있는 토굴이 오 백 개 는 있다'란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 이였다. 이정표를 따라, 급하지 않게 달렸다.
늘 애정이 넘치는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체, 작년 이였나,,이보다는 좀 늦었었나...친구와 정동진 여행을 한지 거의 일년만의 여행길. 나만의 빈 공간에서 나만의 생각이 필요했다.
.카오디오에서는 우수에 젖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혼자 있음의 외로운 심정을 호소력 넘치게 부르고 있었다.

"TV 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네,
사람들은 어디에 기대어 살까?
아마도 당신은 알 것 만 같아서 ~~~~
혼자 하는 식사는 이미 식어버렸네.
텅 빈 아파트 불빛 외로운 이 마음,,.~~~

가슴이'찡'하며 눈물이 나온다, 사람들은 모두가 혼자이구나...

.많은 사람들은 서로가 버성겨, 살고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자기 안에 혼자임을 느끼며,난 몇 번이고 길을 잘 못 들어 되돌아오는 실수를 하며, 해가 질 무렵에야,겨우 지리산 청학골 마을에 도착했다.
이장님을 찾아서 숙박할 곳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이곳의 규칙상 외부 인은 마을에 머무를 수 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날은 마을에서 한참 벗어난 외딴 민박집을 소개받았다.
민박이라 하기 보다 그저 사람이 그리운 쓸쓸한 오두막 이였다

.챙겨온 취사도구를 펴놓고 라면이라도 끓일까 하다가, 그 댁 주인 할머니께서
굳이"돈 달라고 안할테니 함께 먹자고 권하셔 저녁밥을 할머님 밥상에서 먹었다.
오이와 풋고추를 넣고 끓인 좀 시커먼 된장찌개 가 너무 구수하였다.
칠순은 넘음직한 할머니와, 중학교 다니는 손녀딸과 단 둘이 살고 계셨다.
앞개울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귀가 먹먹했다,

.산골의 저녁은 빨리 집안으로 파고든다. 해거름에 아이가 엄마 품을 찾듯이,,
땅거미가 마루 밑에 웅크리고 들어앉는다.
마당 귀퉁이에 풀잎을 쌓아놓고 모깃불을 피워놓고 할머니와 마주앉았다.

"어쪄 늦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 보이는 여편네
가 떠돌고 있는겨?"워디 아픈감?

다짜고짜 눈을 흘겨 뜨시고 억박지르며 못마땅하게 바라보신다.
아까 밥 같이 먹자고 살갑게 하시던 때와 사뭇 다르다.

"부질없는 짓이여"부질없당깨"아무리 발버둥 쳐 대두 지집은 지집 운명대로
산당게로,,"난 듣고 있기 거북했다.(암 것두 모르시면서,,)속내를 들켜버린 듯.

내가 뭐 어쨌다구,,,
"그냥 여행 온건데요".

누가 뭐랴!살림헐 에펜네가 혼자서 무슨놈에 여행여"///

"대갈통에 생각허는 것이 많으믄 볼짱 다 본겨,그저 사람은 그날그날 살아지는
대로 사는게 최고 맴편한뱁여,,간댕이가 삼복더위 둠벙물 부글대듯 허믄 썩은
냄새밖에 더나건남,,,"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