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겐 꽃순이가 없어서 대신 딸이 꽃다발을 준비하고
졸업식장이 복잡하다고 안 가실 것처럼 말씀하시던 아버님은 제일 먼저 서두르시고
오래간만에 옛날 카메라 찾아서 사진을 멋지게 찍어주겠다고 분주하게 준비하는 남편
그리고 어떤 옷을 입고 갈까 마음 설레이며 옷장을 몇 번 열고 닫고 하다가
결국 가장 모던한 옷차림을 준비하고 서둘러
아들 졸업식장에 도착한 우리들.
마음이 바빠 수상자 석에 앉은 아들을 찾지도 못하고 2층 강당에서 목이 빠지게 내려다 보다가
결국 졸업식이 끝나고 1층 데스크에서 만나 가족상봉을 하곤 웃었지.
아들아!
아빠의 엄격함 교육 때문이지 초등학교 때는 표현력이 좀 부족하고 학교에 일찍 들어간 탓에
좀 어리버리한 점은 없지않아 있었지만, 이내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고
자기가 맡은 일엔 최선을 다하고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너의 모습에 엄마는 늘 너를 믿으며 박수를 보냈단다.
운동엔 별로 관심이 없던 네가 학교 수업의 하나인 수영이 하기 싫다고 엄마에게 울고 매달렸을 때
엄만 수영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너를 조심스레 부탁했었지.
그런 네가 수영에 관심을 보이고 나중엔 아빠의 권유로 스키까지 배우는 걸 보고
우리가족은 한동안 스키를 즐겁게 타러 다니곤 했었지.
중학교 때 게임중독에 빠져 우리를 많이 힘들게 했었고 아빠와 너 사이에서 마음 졸이던 엄마가
힘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란다.
너의 말대로 게임도 문화생활의 하나라는
설득에 엄마는 수긍을 했지만 아빤 아직도 그것에 못마땅하고 계시지.
고등학교 다닐 땐 남들은 과외 한다, 학원 다닌다 하면서 바쁘게 움직일 때도
넌 학교생활 충실히 하면서 심화 반 야간자습으로 공부를 하면서 학원, 과외는 싫다고 선언하여
엄마의 마음을 또 한번 졸이게 하던 네가 재수는 안 된다는 아빠의 선언으로 안정권 대학에 원서를 냈을 때
담임선생님과 엄만 많이도 섭섭해하고 아쉬워했단다.
군대는 절대 안 간다고 하던 네가 겨우 카츄사는 간다고 했을 때 그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해병대에 홧김에 지원을 해서 간다고 했을 때
가족은 물론 주위사람들은 놀란 토끼가 되었단다.
운동도 싫어하고 신체조건도 과히 해병대감은 아닌 네가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걱정을 했었는데
당당히 전역을 하고 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 너는 대학생활을 더욱 충실히 했었지.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과 여자 친구도 사귀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지만 넌 늘 네가 하자고 하던 일에만
몰두를 해서 조금은 밋밋하고 재미없는 대학생활을 보내진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것 또한 엄마만의 생각이겠지?
소신 있게 대학생활을 잘하면서 늘 장학금을 받아 가정경제에 큰 도움을 주었고
대학 졸업 후에 사회생활을 했으면 하는 나의 희망과는 달리
네가 그리도 원하던 대학원에 장학금을 받고 당당히 입학하게 되어
엄마에게 큰 기쁨을 준 네가 엄마는 자랑스럽단다.
그래. 인생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도 조금 돌아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면서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거지. 너의 꿈을 향해 한발자국씩 다가서렴.
이젠 자주 볼 수 없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가 되었지만,
너의 목표와 너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엄마는 늘 응원하고 기도 하마.
아들아!
고맙다.
수고했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