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치루고 집에 왔던 아들이 친구이야기라며
4학년이 되면 한학기 정도 휴학하고 여행을 다녀보기도 하고
좀 쉬면서 진로를 생각하고 싶다고 한단다.
청년실업자들이 넘쳐나는 이 나라의 젊은 대학생들이 힘들다.
아들이 걱정되어 너도 그러고 싶냐니까
자신없는 이야기를 했다.
적성에 안 맞는 직장에 가는 것 보다 한학기 쉬면서
여행도 다녀보고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해 보면서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다가 일을 해 보다가 사직서를 내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많다고 들었다.
자신이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한게 아니라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권유, 성적에 맞추어서 진학했던 대학 탓이란다.
더 늦기 전에 적성을 찾아 대학을 선택하고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선다는건데
어른들 세대도 그렇고 지금 우리 세대도 그렇고 정말 자신이 즐기면서 하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찌보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거라도 해야 가족들 안 굶기고 길거리에 안 내몰 것 같아서
자존심 구겨가며 나보다 더 새파란 후임들한테 예예 해 가면서 하는 직장생활
과감히 사직서 던지고 내 취미 찾아 내 적성 찾아 나갈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고 한다.
아니다 싶으면 쿨(?)하게 유턴을 감행한단다.
용감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50대 중반까지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해본 나로서는 그러는 그들이 부럽다.
두번 사는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한번의 기회만이 주어진 인생길인데 아니다 싶으면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더 멀리 가서 되돌아 오기보다는 약간의 출혈만 감당하고 수정에 들어간다.
먼 훗날 가슴을 치는 후회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을 느끼자는 거지.
그런데 아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휴학이 모든걸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아들이 자격증 시험을 위해 올라가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내가 내린 결론은 약은 꽤.
"아들아~이번 여름방학 때 친구들하고 가까운 동남아쪽에 여행 좀 다녀오지?"
"어무이 갑자기 어인 여행이요?"
"머리도 식힐 겸 여행 한번 다녀와서 공부하면 더 집중이 잘 되지 않을까?"
"괜찮은데요 어무이~일단 친구들하고 통화는 해 볼께요."
내 여름휴가비를 뚝 자르기로 했다.
일년 동안 구렁이 알 같이 모아둔 항아리 속 휴가비에서
동남아쪽 여행경비를 지원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럽쪽은 부담스러우니 말도 안 꺼냈다.ㅎㅎㅎ
며칠간이라도 친구들하고 여행을 다녀오고
하던 공부를 착실히 해 주기를 바라는 이 엄마의 얇팍한 속 마음을 눈치채려나?
둘째가 어학연수니 봉사활동이니 해서 해외로 다니느라 2년이나 더 늦은 졸업을 했기에
아들은 정시에 졸업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하는 공부에 자격증을 따고 졸업후 무난하게 진로가 결정되기를.
보아하니 선후배들 사이와 교수님들 사이에서 착실하다는 소리는 듣는 모양인데
여름방학 동안 이 악 물고 공부해서 4학년이 되면 취업해서 나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에 친정조카도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다른 대학에 입학해서 직장을 얻었다.
4~5년 정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더니 안되겠던가 다시 대학을 들어가서
하던 공부하고는 생판 다른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되었다.
세상일 알다가도 모른다더니 개명까지 하고 독을 품더니
공무원시험도 되고 요즘 연수받느라 바쁘지만 대견하다.
기다려 주고 믿어 준 오빠네 부부가 대단하다 싶다.
서른살이 되고서야 제대로 된 직장을 잡은 큰아들이 대견하기만 한 모양이다.
작은 아들은 일찌감치 안경공학과를 나와서 지 밥 벌이를 한다.
고등학교 때 부터 이모가 하는 안경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런지 프로가 다 되었다.
벌써 정보를 흘린지 사흘이나 더 지났는데 아들한테서는 답이 없다.
여행 안 갈건가?
그럼 내 돈은 굳지만 휴학한달까 봐.....
아들아... 유행에 휘둘리지말고 소신있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