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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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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용돈-4편


BY 들꽃나라 2014-11-24

"오늘은...할머니가 더 많이 안좋으신거 같은데...

약속 취소하면 안될까?"

오늘따라 느낌이 이상한 나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딸램은 늘 그랬듯이..갑갑한 집안에 한시라도 견디기

힘든 모양으로 분주하게 현관밖을 나가버렸다.

아침일찍 직원 야유회가 있다며 출근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아침에 엄마가 눈도 뜨지 않고 울었는데...

내가 느낌이 이상해...엄마가 나 불쌍하다고 울었어..

혼자 있기 좀 그런데...와주면 안돼?"

알았다는 남편의 대답에 한편으론 안심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심장 박동 소리가 커지면서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오전, 오후..물 한모금 마시지 않은채 엄마의 침상앞에서

점차 거칠어가는 숨소리를 듣고 있을뿐...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점심식사를 막 끝내고 돌아온 남편은 엄마의 거칠은 숨소리를 듣더니

"여보..마음의 준비를 해야할거 같아...."

"아니야..그러지마...엄마가 다 듣고 계시잖아..."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이미 내 마음은 엄마가 곧 떠나실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뿐더러...마음의 준비를 단단하게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오후 2시경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렸고 큰집식구들과 시부님께서는 한다름에

달려오셔서 기도를 해주셨다. 평소 요양원에서 많은 이들의 죽음을

경험하신 시어머님께서는 엄마의 호흡소리를 듣고 마지막으로 기저귀를

갈아주시더니..지금 병원으로 가시면 여러가지 검사와 아울러 환자를 더

괴롭게 할 수 있으니...집에서 편하게 보내드리자고 제안을 하셨다.

 

오후 4시경..엄마의 숨소리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졌고

시어머님께서는 서둘러 임종 기도를 하셨다.

임종 전대사는 신부님이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부님을 모시기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방사된 십자고상을 몸에 지니고 예수 마리아를 부르고 통회기도를 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이 환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해주며 성사 가운데 거룩한 구절을

골라 마지막을 기원하는 천주교식 기도이다..

 

그렇게 가족 모두가 엄마의 침상을 지켰다..

마음속으로는 벌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이것이 제발 마지막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엄마의 마지막 체온을 느끼고 싶어 하염없이 손을 잡고

점점 차가워지는 발과 다리를 주무르면서...이대로 시간이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멈추기를 바랬다..

 

한평생..남편없이 모진 고생을 하면서 하나뿐인 딸자식을 위해 모질고 힘겹게

살아오신 가여운 인생이였다. 이제 만으로 66세인 엄마의 젊은 나이가

한없이 원통하고 원통할 뿐...이제 형편이 좀 나아 맛난거 많이 사드리고..

이쁜옷 많이 사드리고..좋은곳 많이 구경시켜주려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청천벽력같은 병을 얻으시더니 고작 1년 6개월밖에 살지 못하시고

다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곳으로 보내드려야 한다는것이..

도대체..정리가 되질 않는다..마음속은 한없이 눈물바람이 가슴을 찢어내고

머리속은 쥐가 난것처럼 욱신거리는통에..달리 무엇을 해야할지를 모른채..

그렇게 자꾸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오후 6시 5분 42초....엄마의 거칠은 숨소리가 갑자기 운전중 급브레이크를

밟고 서는 모양으로 뚝하고 멈춰버렸다. 순식간에 멈춰버린 숨소리에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것을 알고는...엄마라고 엄마..엄마라고 부르고 싶은데..

목이 메여서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양볼 위로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목줄기를 타고 가슴안으로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동안..그제야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엄마...엄마...엄...마..."

 

아직도 엄마의 손끝엔 따듯한 체온이 남아있는데...

아직도 엄마..하고 부르면..으응..내 딸아..라고 대답하실것만 같은데..

아직도 엄마..하고 부르면..인자하신 눈으로 나를 쳐다볼것만 같은데..

사랑한다고..엄마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말도 못했는데..

당신의 온기와 당신의 흔적과 당신의 손길이 아직도 필요한 나인데...

엄마...미안해..너무 미안하고..감사하고..고맙고..사랑해...

 

나의 오열과 눈물은 쉽사리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나의 엄마는...

2013년 8월 4일 오후 6시 5분 42초에...

세상에 모든 미련을 내려놓으시고...

아주 멀리 떠나가셨다..아주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