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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33

말.


BY lala47 2014-08-23

마산에서 친구가 올라왔다.

친구의 모습에서 우리가 얼마나 늙어가고 있는지 실감한다.

친구는 오래 전 일만 기억하고 최근 몇 년은 기억에 없는 것 같았다.

지우개로 기억을 다 지운 것처럼 보인다.

오산에 여러 번 온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놀랍다.

학교에서 얼마나 인기 좋은 선생이었는가 여러 번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기억은 국어선생 하던 시절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겠지.

어느새 우리가 과거에만 매달리는 나이가 된 것일까.

 

“네가 이 아파트를 산거니?”

“아니야. 임대아파트야.”

“임대아파트가 뭔데?”

설명하기가 귀찮다.

“그런게 있어.”

“임대가 빌리는거란 것쯤은 알고 있다. 내가 국어선생 출신 아이가.”

웃고 말았다.

국어선생 출신이라 식당에 가면 간판이 틀린 맞춤법이라고 잔소리를 한다.

 

수첩을 꺼내어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하는 친구더러 한마디 했다.

“국어선생 출신이라고 남들한테 맞춤법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핸드폰에 전화번호 저장하는거랑 문자 보내는거 좀 배워라.“

”이제 와서 그런거 배워서 머할라꼬.“

“불편하잖아.”

“안불편하다.”

“넌 완전히 아날로그네.”

“그래. 아날로그가 편하다.”

나이가 들면 잔소리가 많아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친구가 수첩에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하건 말건 못 본체 했을텐데

잔소리를 하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잘난 체가 아닐까.

늙으니 저마다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 잘난 체를 하게 되나보다.

 

만날 때마다 내게 살쩠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어머. 살이 더 쩠네. 저 넙적다리 좀 봐.”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인데 만날 때마다 불쾌하다.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쾌하다.

신체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란다.

마른사람에게 더 말랐다고 하는 것도 실례이고 뚱뚱한 사람한테 더 살쩠다고

말하는 것도 실례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에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는 너무 함부로 이야기를 하며 살고 있다.

“주름이 더 많아졌네.” 라든가

“기미가 새까맣게 끼었네.”

남들에게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것도 일종의 잘난 체다.

자기가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 말하는 것이다.

남을 깎아 내리면 자기가 조금 나아지기라도 하는 것 일까.

남을 흉보는 것도 사실은 그런 맥락이라고 한다.

남의 흉을 보는 동안은 자기가 잘난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행복하단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화제가 빈곤하다.

 

“난 연금 나오기 때문에 돈 많다. 저녁은 내가 살게. 비싸서 못먹었던거

있으면 말해라.\"

\"친구와 낙지 전골을 먹으러 갔다.

친구가 삼만 사천원을 카드로 긁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난 친구가 또 묻는다.

“이 아파트 네가 산거니?\"

어제 설명을 해주지 않은 것이 미안해서 임대아파트란 무엇이고 월세가 얼마인지까지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고 불쌍해라.”

임대아파트밖에 살수 없는 내가 불쌍하단다.

입주 후에 느꼈던 행복감에 재를 뿌린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는데 정말 재밌더라. 내가 원래 스릴을 좋아하잖니.

건강한 몸을 주신 것에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하지.“

”나이를 생각해라. 남들이 보면 주책이라고 그래.“

나의 이 같은 발언도 사실은 참았어야 하는 말이다.

친구가 재밌게 그네를 탔다는데 주책이라니..

내가 못하는 부분이라 그리 말이 나간 것 같다.

아침 상을 차려 친구를 대접했다.

“네가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음식도 잘 하네. 못하는게 없는 여자로군.”

이런 칭찬이 싫지는 않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아침을 먹고 택시를 불러서 친구를 오산 터미널로 보내고 나는 암센터로 향했다.

체혈결과에서 칼슘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약을 더 강한 놈으로 바꾸었다.

앞으로 소화장애가 더 있을거라니 먹는 것에 조심해야겠다.

사는 날까지 품위있게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