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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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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BY 시냇물 2014-08-21


하루가 다르게 쑤욱쑥 커가는 나의 작두콩 한 포기!
 

7월에 성당에 어느 단체가 왔을 때 얻은 콩 한 알을 처음엔 준 그대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흙을 조그만 종이 박스에 붓고 함께 들어있던

콩을 심었다

내심 이게 싹이 나오려나?하는 생각으로

사실 내 손으로 뭘 심고 가꾸는 건 꿈도 못 꿀 일인데 그래도 생명이려니

싶어 심은 것이다

베란다 김치 냉장고 위에 놓고서는 아침마다 물을 조금씩 주니

한 3일째 되어 흙이 봉긋이 솟은 게 싹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다음 날은 기어이 그 흙을 뚫고 싹이 올라와 신기했다

그러더니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거짓말처럼 한 뼘씩은 자라는 것 같았다

키가 자꾸 커지니 조그만 박스에서 자꾸 옆으로  쓰러질려고 해 나무젓가락으로

지지대를 해주었다

그걸 본 남편이 옥상에 갖고 가더니 텃밭 한 귀퉁이에 심어 놓았다

그리고 나는 잊다시피 지내고 가끔 옥상엘 올라가면 잘 자라고 있나

확인만 했을 뿐 거의 남편이 돌보면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잘 자라는 콩 한 포기를 볼 때마다 생명의 신비를

새삼 느끼며 과연 콩이 열리려나 하는 생각으로 기특해 하곤 하였다

남편은 키가 훌쩍 큰 콩 줄기가 바람이 불면 행여 쓰러질세라 앵글로 

네모나게 집을 만들어 비료푸대를 씌워가며 보호를 해주었다

잎파리가 바람에 부러지기라도 하면 테이프로 감아가면서까지 정성을

들여 나보다 더 정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여보, 이리 와 봐 아주 비통한 일이 생겼어!\"하며

나를 옥상으로 불러 콩 줄기 있는데로 데리고 갔다 나는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며

따라가 보니 글쎄 콩 줄기가 밑둥에서 한 뼘쯤 되는 곳이 마치 면도날로

벤 듯 싹둑 잘려져서는 콩줄기 잎파리들이 힘없이 축쳐져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 무슨 날벼락이야!\"

내 입에선 연신 안타까움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제나 저제나 콩이 열리는 걸 보려는 기대로 기다렸건만......

온갖 정성을 쏟으며 키웠던 남편은 나보다 더 애타하며

\"내 생전에 이렇게 정성 쏟아가며 콩을 키워 보긴 처음이다\"

하며 아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런 걸 보고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하는건가?

마치 다 키운 자식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서운하고 안타까웠다

이렇듯 작은 콩 한 포기가 잘려도 마음이 아픈데 그야말로 생때같은

자식을 세월호라는 배에서, 군대에서 하루 아침에 잃은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니 우리는 콩을 절단낸 범인이 더욱이나 괘씸하고 미웠다

어떤 놈의 손모가지가 이런 일을 했을꼬 싶어 남편과 나는 범인을 찾아 보기로 하고

콩이 심겨진 둘레를 급히 파보니 아니나 다를까 꿈틀꿈틀대는 징그럽고 굵은

벌레 한 마리가 잡혔다 입을 꿈벅꿈벅하는 게 분명 그 입으로 아직 연약한 그 줄기를

무자비하게 잘랐을 것이다

\"에잇, 범인은 바로 너렸다!\"

 남편과 나는 그 벌레를 한동안 살펴보며 어떻게 벌을 줄까 하다가 우리 손으로 죽이기보다는 그냥 냅다 옥상에서 던져 버리는 걸로 결론을 내고는 공중투하를 해버렸다

그 놈은 왜 다 자란 콩의 줄기를 잘랐을까 생각할수록 아쉽기만 했다

 

그런가 하면 옥상 한 쪽에서는 또 다른 화초 하나가 우리의 그런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느닷없이 꽃을 피워대고 있어 새삼 인생의 의미를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집안에 있을 땐 하도 비실대며 곧 죽을것 처럼 가지마다 온통 하얀 곰팡이가

피고 나뭇잎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우수수 낙엽이 되어 떨어지길래 

 밖으로 내놓았더니 차츰 원기를 회복하였는지 가지마다 느닷없는 노란꽃을 피워내고

있어 신기할 따름이다

집안에 있으니 공기가 안 좋아 숨쉬기가 힘들었기 때문인가?

옥상에 나와 있으니 비로소 살겠다는 듯 나뭇잎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오며

꽃을 피우니 마지막 몸부림인지, 이제 살아났다는 건지 아직은 확실한 감이 안온다

이 나무라도 잘 자라주면 아쉬움이 조금은 덜 하련만....

 

이번에 두 식물을 통해 나는 우리의 삶이란  잃는 게 있으면 또 얻는 게 있으니

어차피 + - 제로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이렇듯 언제나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 주는 진정한 스승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