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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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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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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BY 그대향기 2013-10-01

 

나이가 들면서 점점 헷갈리기 시작한다.

늙어 아파트 평수 늘리는 여자도 미친년 취급을 당한다고 그랬던가?

자식들이 일년에 오면 몇번이나 온다고 방 갯수 늘여서 청소나 하고

관리비 내느라 고생하고 썰렁하게 사냐고~

노부부 자그만한 아파트나 집 사서 오손도손 옹기종기(?) 살면 된다는데

나는 아파트는 절대로 못 갈 것 같다.

 

편하기는 엄청 편할 것 같은데 저 많은 꽃들을 다 어쩌고?

꽃들도 꽃들이지만  이런저런 골동품들이 제법 되는데 다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결혼하고 딱 2년 주공 13평에 살아봤고 나머지 세월은  일반주택이었다.

지금은 한참 큰 집이고.

내집은 아니지만 평수가 4천평이니 꽃이며 내가 좋아하는  골동품 전시에는 아주 좋다.

집이 너르다보니 자꾸 욕심내게 되고.

 

늙으면 의료서비스가 좋은 대도시에 살아야한다는데

시골생활 20년차가 되니 대도시는 답답해서 나가기가 싫다.

지금처럼 너른 마당도 어려울 것 같고 화초들도 마음대로 못 키울 것 같다.

적당한 크기의 아담한 아파트에서 둘이 따뜻하게 살고도 싶은데

화초들을 마음껏 심을 수 없고 텃밭이 없어 그리 못 할 것 같다.

철따라 피고지는 어여쁜 이  초록친구들을 어찌 다 버리고 갈 수 있을런지.

 

은퇴 후 남편의 고향에 바다가 보이는 영도 어디쯤에 작은 주택을 살까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남편이 부산은 싫단다.

너무 답답할 것 같단다.

경주 어디쯤에 시골집을 마련할까도 생각해 봤는데 노후에 뭘 하고 산다지?

나야 고향이니 좋지만 남편이 너무 심심하고 할일이 그렇다.

100세 시대에 너무 오랜 세월 동안 할일이 없다면 아후....

 

텃밭도 적당히 있고 공기도 맑고 산도 있는 창녕에 살까..싶다.

아이들은 자라면 다 나갈거고 우리 둘이 텃밭에 채소나 심어 때마다 뜯어먹고

장날마다 나가서 비린고기나 두어토막 사  들고 남편 한토막 나 한토막 구워먹고

울타리에 사과나무며 배나무 ,자두나무, 감나무를 심어 놓고  

손녀들 오면 따 주고 까치도 나눠 주고 남는 건 우리 노부부 따 먹고. 

도시보다 생활비나 문화비가 적게 드는 큰 장점이 있어 좋다.

문화생활의 절대적인 빈약은 많이 아쉽다.

 

우리가 늙고 이 일이 힘에 부치면 뒤에 오는 사람들한테 지시나 해 주고

일머리나 알려 주면서 남아 있어 주기를 원하지만 자유로운 생활도 하고 싶다.

24시간 비상대기조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늘 긴장의 연속이고 우리가족 우선이 아니라 할머니들 우선의 생활이 은근한 스트레스기도 하다.

남편은 관리자로 남아도 좋지만 나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싶다.

오로지 가족만을 위한 조촐한 밥상을 차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우리가 천국갈 때까지 있어 달라고 유언처럼 말씀하고 돌아가신 분이 계셨다.

여기 할머니들 모두 천국가시고 장례도 우리 손에 마치고 싶다고 하신다.

우리 부부를 아들처럼 딸처럼 때로는 나를 엄마처럼 따르는 할머니들

은퇴 후에도 이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 말고 가까운 곳에 살면서

그분들이 보고싶은 날에 놀러 오시라고 하고 작은 집에서 소박하게 살고 싶다.

몇년만 더 일하다가 조용히 물러 나 아담한 집에 살으리랏다.

 

졸졸졸....  

앞개울에 송사리떼도 구경하면서 수초도 심어두고 수련도 심고

너무 큰 집은  장만하지 말고 아침 운동 삼아 잡초 뽑아 낼 만큼의 아담한 집

아이들 차 들어오면 주차 할 공간이 넉넉할 집

이불빨래를 내다 널 만큼의 넉넉한 빨랫줄이 있을 집

그 동안 모아 둔 항아리며 돌조각들을 꾸며 놓을 마당만 허락하면 좋겠다.

창이 넓은 거실로 들어오는 들녘의 사계절이 자연액자가 되는 그런 집.

 

햇살이 좋아 겨울에도 꼬박꼬박 졸음이 오는 거실에서

투박하지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남편의 구멍난 양말을 꿰매며 살고싶다.

등이 따뜻한 털조끼를 입고 작고 예쁜 강아지를 무릎에 올려 놓고

소슬한 바람에도 떨어지는 낙엽도 구경하며 붉은 노을도 구경하고 싶다.

그럴려면 도시는 어렵고 그냥  지금 사는 이 창녕 어디쯤이면 좋겠다.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낮은 언덕배기에 집이 있어도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