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새벽은 가을로 당겨지고 한낮은 여름이 당기면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가을이다.
새벽바람에 이불이 포근하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가을이 돌아오면 함께 돌아오는 생선이 있다.
대가리에 참깨가 서말이라는 전어다.
전어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고 여름지나느라 천리만리 도망간 입맛도
돌아온다고 한다.
늘 불만이지만
집 나간 며느리란 단어는 쓰지 않았으면 한다.
왜 며느리는 집을 나가야 하는것인지
그 말을 써서 혹시 며느리들이 집을 나가는건 아닌지 ..불만이다.
억지로 말은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가을이 되면 전어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몇년전 TV프로그램으로 충남 곳곳을 찾아다니며
지역의 축제나 특산물을 소개하는 방송을 만들었다.
봄부터 겨울까지 곳곳을 누비며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알렸다.
꽃샘추위가 불어닥치는 초봄에는 빙어축제를 취재하러
얼음 꽁꽁언 천장호수를 누볐고
여름에는 각 해수욕장을 누볐고
가을이면 바다의 각종 해산물 축제를 찾아다녔다.
광어 도미 새조개 전어 주꾸미 새우
그야말로 해산물은 넘쳐났고 지역축제도 넘쳐났다.
새벽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위해
대전에서 새벽2시에 출발해서 바다에 닿았고
싸늘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에 올랐다.
배안은 그야말로 바다와의 사투를 벌이는 곳이었다.
고기가 다니는 길목으로 선장은 키를 잡았고
수십명의 선원이 그물을 내리고 당기고
삶의 체험현장이 아니라 삶의 투쟁현장이었다.
새벽바다는 망망대해였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배멀미는 차멀미와는 비교도 않되었고
그야말로 바다에 오장육부를 다 쏟아내야 했다.
저 드넓은 바다에서 나는 아주 작은 한 점 모래알이었다.
그런데 세상에서 그리 복잡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선원들의 팔뚝은 그야말로 굵은 밧줄이었다.
후루룩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물을 잡은 팔뚝에 이상하게 연민을 느껴야 했다.
6시간을 달렸다.
어디선가 아침해가 떠오르고 바다는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었다.
삶의 피눈물을 희석해 놓은 듯했다.
와....
그물을 내리고 얼마후 파닥이는 전어들이 툭툭 뛰어올랐다.
만선이었다.
어부들의 손길이 빨라졌고 리포터도 힘있게 밧줄을 잡아당겼다.
배안에서 먹은 전어..전어를 따라올라온 광어도미까지 그맛은 뭐라할까
그저 힘줄을 팔딱이게 하는 힘을 먹었다.
그리고 각종해산물을 넣고 끓인 라면은 바다에 쏟아부은 오장육부의 허함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브라보...
세상에 이맛이란 어디에서든 찾을 수 없는 맛이었다.
바다에서 6시간을 작업했다.
그리고 다시 6시간을 달려 돌아왔다.
18시간을 바다에 떠있었다.
뭍으로 나온 시간은 이미 어둠이 내려있었다.
바닷비린내가 나는 몸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전어라는 생선에 대해 감사했다.
그 전어는 어느 어부들의 생이 되고 있었다.
가을바람과 함께 홍원항 전어축제 소식을 듣는다.
전국에 집나간 며느리들이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제발
전어를 맛있게 먹고 집나가는 일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