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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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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은 도끼에 발찍고


BY 그림이 2013-08-28

고추농사

수은주가 3738도로 올라간다는 뉴스가 사십년 만에 더위니 오십년 만에 더위라고 tv채널마다 뜨겁게 달군다. 성당 가는 길목, 텃밭에 고추가 더운 햇살을 감당을 못하는지 온몸이 벌겋게 타올라 온 밭이 빨갛다. 지지대를 새워 고추나무가 부러지지 않게 비닐 끈으로 묶어 주인의 정성스런 가꿈에 오가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한다. 고추농사를 참 잘 지었다며 보는 사람도 행복하다고 한다. 함께 가던 남편이 발길을 멈추고 우리 고추는 아직 이처럼 익지 않았는데 올 고추인가 보다 하며 내가 궁금해 할까봐 고추농사 근황을 알려 준다.

 

큰 병을 앓은 후라 남편은 나를 밭에 데려가지를 않는다. 한번 따라갔다가 몹시도 피곤해 하던 나를 보고 그날 이후 나는 집에서 채취 해온 작물을 다듬고 장만 한다. 며칠이 지난 후 남편이 비닐봉지에 말린 고추를 한 자루 가지고 왔다. “당신 내가 고추건조실에서 여자들 틈에 끼어 깨끗이 씻어 맡겼더니 주인이 세근이라면 삯을 9,000원 줬어라며 깜짝 쇼를 했다. 당신

다음에는 여자들 틈에 씻지 말고 집에 가지고 오면 내가 씻어 한 이틀 그늘에 말려서 갖다 주주자라고 말하며 가지고 온 고추가 유관해서 세어보았다. 524, 올해 첫 수확이라 남편의 수고로움을 헤아렸다. 이사 오기 전 아파트는 말리는 장소가 알맞은 곳이 있어서 집에서 15근을 말렸다. 요번에는 거실에 베란다가 없으니 고추 말릴 장소가 마땅하질 않아 건조실에 갖다 주기로 맘먹었다. 집에서 말린 것보다 색깔이 고와 기분도 좋았다.

 

두 번째 고추는 내 말을 듣고 비닐봉지 두 봉지에 그득하게 가지고 왔다. 싱크대의 물을 가득 틀어 깨끗하게 씻고 또 식초로 중화도 시켜 농약성분이 조금이라도 줄이려니 씻는 시간만 한 나절이 걸렸다. 소쿠리에 물을 빼고 하나하나를 수건으로 닦아서 대자리를 깔아 줄을 맞추어 740개를 가지런히 늘어놓으니 맘이 부자다. 이틀 후 고추를 맡기고 나흘 후 또 따온 885개를 150여개가 더 많으니 고추가 한방 가득하다. 3번째 고추를 맡기고 740개 고추를 찾으려 나와 함께 갔다 먼저 보다 220개 더 많은 두 번째 고추봉지를 남편은 얼핏 무게를 감지했는데 요번 역시 3근이라고 했다. 나도 4근쯤 생각했는데 고추가 맏물과 달라 덜 충실해서 그런 모양이다. 하고 자위했다. 이왕 헤아리는데 도가 터진 사람이라 재미삼아 또 헤아렸다. 두 번을 헤아려도 140개나 모자라는 595개다. 당신이 뭔가 잘못 헤아렸겠지 다음 것을 보자하고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나흘 후 세 번째 고추를 찾았다. 4근에서 약간 모자란다는 주인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의심의 고리가 풀리지 않아 헤아리니 또 133개가 모자랐다. 도합 270여개가 내가 헤아린 것과 차이가 났다. 처음 고추는 남편이 건조실에서 씻었기에 몇 개인지를 알 수는 없지만 기분이 묘하다.

 

건조실은 간단한 농기구며 농약도 팔고 거름 비료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다 취급하여 늘 이 집을 이용해왔다. 그리고 아들 보다는 좀 나이들은 50대 초반이라 남편이 젊은 사람이 겸손하고도 자상해서 농사를 짓다 의문점을 의논하며 밭에까지 따라와서 초짜 농부를 조언을 해줘 칭찬을 많이 했던 사람이다. 서로 밥도 사기도하는 나이와 관계없이 친하게 지냈다. 작업장에는 일손을 돕는 사람도 많았다. 방학을 맞아 대학생인 아들딸들이 일을 거들고 있는 걸 보고 자식 교육도 잘 시킨다고 무척도 자랑했던 사람들이다.

 

남편이 실망을 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사장은 절대로 물건을 속일 그런 사람이 아니야. 일을 돕는 사람들 짓 일거야 이튿날 아침을 먹고 남편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당하는 것보다 내가 간단한 점심을 사며 이야기 하는 게 낫지 싶다며 집을 나선다. 내 마음도 참 불안했다. 점심때가 다된 시간에 전화가 왔다. “당신 사람들이 늘 들락거려 이야기 할 시간이 없다 라며 전화가 왔다. “당신 고추 한두 근 때문에 이후에 관계가 소원해 지겠다 싶으면 그냥 오세요.” 전화를 끊는 나도 무언가 씁쓸하다. 맘이 여린 남편은 그냥 돌아왔다. 남편과 의논했다. 솔직하게 가게 주인이 보는 앞에서 헤아린 것도 아닌데 절대로 맞는 거라고 우기면 나이가 든 우리만 망신당하는 꼴이니 그냥 덮기로 합시다.

 

가정용건조기를 사려고 늘 맘먹고 있었던 중에 이런 일이 터졌다. 컴퓨터에 들어가 인터넷으로 125,000원에 건조기를 주문해 버렸다. 감정을 삭이고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락

지었다. 고추 값을 따지면 2만원 안쪽이다. 인간적인 실망감은 돈으로 계산 할 일이 아니다.

남편이 그래 우리가 참자. 그러나 그 집과의 거래는 이 시간부터 끝이다. 다 비슷할 터인데 고추 건조만 끝으로 하라고 남편을 달랬다.

 

과거가 되돌아보아진다. 1990년 후반 쯤 세제 개편이 있던 첫해 각종 기부금, 종교단체 선교활동비, 의료비사용료가 일정액을 세제 감면 혜택을 보여준다는 교육이 잘못 전달되어 한사람이 절에서도 교회에서도 아는 사람을 통한 가짜 약국 영수증 자기 재주껏 여러 종류 영수증을 떼 와서 세금혜택을 보려고 했다. 체계가 잡히질 않아서 통과가 되어 다시 감사에 걸려 많은 사원이 토해 냈던 기억이 난다. 탈세 방법은 자기 능력껏 해 먹는다 더 높은 사람은 더 많이 누구든 자리에 앉게 되면 길들여지게 마련인 데가 한국사회라는 한 젊은 사원의 말이 기억난다.

 

전 두 환 대통령 추징법이 연일 보도된다. 그래도 살기 좋은 시절 이였다고 생각했는데 국민을 분노케 한다. 가족이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돈을 끌어 모아 제일 높은 권좌에서 시궁창까지 돈의 추함이 사람의 몰골을 진흙탕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점점 추함이 드러난다. 90을 바라보는 대통령이 가족에게 돈을 떠 안겨준 엄청난 대가가 지금 국민에게 돌팔매를 맞는다. 역사에 기록될 사실이 정당치 못한 부의 축적이다. 언젠가 백담사에서 방문객에게 애국심을 호소하며 국산품 애용 독려하면서 양담배를 못 피우게 하며 지금 포켓에 양담배 가지고 계신 분 당장 버리라며 영어의 몸으로 계실 때도 존경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29만원의 재산이 펑튀기가 되어 거리 곳곳에 바람이 부는 대로 굴러가며 하수구에 빠진다.

 

나의 과거도 되돌아보아진다. 이해관계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무심코 건넨 말도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농약가게 주인도 우리 고추가 다시는 말리러 가지 않으면 눈치를 챌까? 생각보다 일찍 살림을 장만하게 되었다. 더 일찍 사지 않았는 게 후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