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존재 (育我)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게 네 길일 것이니
선생님께.
그제 저희 집에선 길고도 심각한 가족회의가 있었습니다. 의제는 아내이자 엄마인 저의 현재와 미래.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요즘 승진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승진시험이란 것이 응시자의 60%정도가 합격하니까 그리 어려운 시험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수험생 입장에서는 붙으면 당연하고 떨어지면 가문의 망신인 그런 시험이죠. 그러니 그 40%를 면하려는 경쟁이 눈물겨울 수밖에요. 입사시험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 비슷한 동료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절대적인 학습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선배들의 한결같은 조언이구요.
이런 시험을 앞둔 제가 이글을 쓰고 있다면 저희 집 가족회의 결과, 눈치 채셨나요? ^^
지난 가을 처음 <연구원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만 해도 ‘아..이런 것도 있구나. 상당히 흥미롭긴 하네.’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멋지긴 하지만 그게 진짜 되겠어? 그는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변화경영사상가로 불리는 사람이라고. 너랑은 달라. 괜히 헛물켜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일상의 편안함까지 잃지 말자!’했던 거죠. 하지만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또 선배 연구원들의 책들을 하나 둘 읽어 가며 저의 의심은 점점 놀라움으로 변해갔습니다. 겁 많은 내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시간만 축내고 있는 지금도 어디선가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를 실현하기 위해 시간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까지 했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그들 가까이에서 찬찬히 지켜보며 충분히 현실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거죠. 그리고 가장 먼저 이 모든 환타지의 근원인 선생님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하 ‘꿈벗 여행’)참여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원하던 대답을 얻었냐구요?
네...
여행의 막바지, 다른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미래 풍광을 창조해내느라 몰입해있던 그 시간, 저는 과연 ‘연구원’이라는 경험을 제 인생의 어느 시점에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이성적인 결론을 얻었죠. 올해는 승진시험에 매진하고, 둘째아이도 어느 정도 키워놓은 후 내년에 연구원에 도전한다.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계획이었죠. 서두를 필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제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스물스물 꿈틀꿈틀 가슴께에 에너지 덩어리들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장이 제 멋대로 뛰어댔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깨질듯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심호흡도 해보고 글로 풀어내며 달래보기도하며 정말 갖은 노력을 다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시험공부를 한다며 책을 펴놓고 있었지만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겠죠.
나 뭔가 잘 못하고 있나봐..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 지도 몰라.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저는 벌써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었겠죠. 말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호기 있게 떠벌여댔지만 정말은 그저 입으로만 용감한 겁쟁이였던 거죠. ‘해야 할 것들을 다 마치고 나서 하고 싶은 걸 해도 늦지 않아’라는 변명으로 스스로까지 교묘하게 속이려 했던 겁니다.
연구원 선발일정과 승진시험 일정은 정확히 겹칩니다. 최종 면접 다음 주가 시험이니까요.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이야말로 나를 위한 절묘한 장치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에 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못하기가 쉬울 겁니다. 또 어떤 복병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최악의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으리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예정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어도 스스로 흡족할 만큼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승진시험 포기하고 연구원 응시하겠다고 말했을 때 남편의 표정을 기억합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그게 뭘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던 거죠.
“35년 만에 처음 정말로 하고 싶은 걸 찾았어..
내년에 하라고 말하지 마.
나도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했으니까..그런데 안 돼..
이미 너무나 강력한 자기장 안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아.
여기서 의지라는 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보니 자기장으로 걸어들어 온 건 나 자신이야..
어쩌면 너무나 원했던 그 안으로 드디어 들어 온 건데
내가 왜 버텨야하는 거지?
마음이 너무 원하고 몸도 거기에 반응해..
이제 머리만 힘을 빼주면 된다구...”
고맙게도 남편은 더 이상 저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승진시험을 아예 안 보겠다는 말은 하지 마. 연구원에 우선순위를 두되 남는 시간 짬짬이 시험공부도 하면 돼. 내가 힘껏 도와줄게”
다음날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집근처 카페로 갔습니다. 연구원 응시용 개인사를 만들기 위해서죠. 뭘 해도 집중이 안 된다던 저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점심 먹고 자리에 앉았는데 어느새 10시 카페 문 닫을 시간이 되어있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카페를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의 방황이 영 헛되지 않았구나. 마음의 신호를 머리에게 충실히 전달할 줄 아는 몸을 만들었으니까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게 네 길일 것이니..그렇게 운명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자! 그럼 온 힘을 다해 찾아가겠습니다. ^^
그녀를 바라보는 거의 매 순간
그녀는 웃고 있거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든다.
박. 소. 연.
그녀의 이름은 그녀를 만난 많은 이들에게
환한 미소와 구김살 없는 행복한 표정을 떠오르게 한다.
나아가 그녀는 의심할 것 없이 내적인 평화의 소유자이다.
그녀와 단 몇 분만 앉아 있어도
당신은 점점 더 행복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