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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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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혼식


BY 그림이 2013-04-09

어떤 결혼(지난글을 작가방에 옮기려니 여기를 거쳐야 하나봐요.)

지난해 큰 아이 혼사를 치룬 다음해라 올해는 유난히 청첩장이 자주 날아온다.많이 도와주신 분들의

 답례로 나도 되도록이면 식장에참석하는 예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남 다른 결혼식 참석이라

마음이 무겁다.

 

서로 뜻이 맞지 않아 이혼한 상태로 엄마가 아이를 기르고 아버지가 양육비를 데어 준 20 여 년간

서로 남이 된 상태에서 딸아이를 혼사시키는 집안 남동생의 청첩장이다. 엄마가 기르기에 그 딸아이

를 본지도 어릴 때 여서 어떻게 자랐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연로하신 숙모님도 서울에서 오신다기에

아픈 발을 절뚝거리면서 식장엘 갔다. 남남이 된 부부는 손님을 맞는 자세부터 영 어색하다.

사정을 훤히 아는 아버지의 손님과 어머니의 손님은 서로 떨어져 서서 축하 인사를 주고받는다.

상대의 손님에게는 아는 척도하지 않으면서 한 쪽만 인사를 하고 냉정하게 사라지는 손님들 눈빛도

 가지가지다.

 

한때는 올케라 눈인사만 했다. 촉촉이 젖은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사랑했기에 결혼했다가 이혼이

주는 아픔은 가장 기뻐해야 할 딸아이 결혼식 날 엄마가 울음을 삼킨다. 아버지인 동생도 인사를

받는 얼굴이 어둡다. 나의 귀에 대고 누님 많이 어색하지요. 라는 말에 가슴이 짠하다.

동생은 혼자 오랫동안 지내다 몇 년 전 서로 아픔을 가진 사람끼리 산다. 늦게 만났기에 둘에게는

 자식이 없다. 기르지 않았기에 새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상과 이별한 상태는 인간의 힘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에 그런 결혼식장 이었다면 손님들의 격려도 받고 간 사람을 아쉬워하며

흘리는 회한의 눈물을 손님들도 뜨겁게 동정했을 것이다.그래도 딸아이는 용감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면서 생글거리면서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식이 진행 중 엄마의 손은 연신 눈가로 간다.

가족사진 촬영 때 오랜만에 두 가족이 함께 찍는 사진은 서로 곱지 않는 사람끼리 찍는 사진이라

서로 찍지 않으려는 작은 실랑이도 보통 결혼식 가족과는 다르다.

 

부부의 연, 하늘이 맺어준다지만 결혼을 했다면 이혼을 해야 할 운명은 각자의 노력에도 많이

달렸다는 생각을 많이 한 하루다. 아이들의 입장을 좀 더 생각했다면 십 수 년 간 혼자 생활하는

남편에게 조금의 애정을 보였다면 자연히 내 가까운 쪽 편이 되어 동생의 댁이 원망스러웠다.

부모님의 상견례 자리서 동생의 댁이 재결합하자고 했지만 정의 굶주렸던 동생은 새로 맞은 처의

헌신적인 사랑을 버릴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강한 올케의 성격을 감당을 못해 이혼

했다지만 부부간의 문제는 누구도 모른다. 자존심을 뭉개고 다시 합치자고 할 때는 이혼 할 당시의

 생각과 많이 달라져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자식을 생각해 같이 살기를 권하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아내의 마음이 변하여 곧 찾아오리라고 오랫동안 독신을 지켰던 동생도 안쓰럽고 젊은 나이에

험한 세상을 이기면서 두 아이를 잘 키운 올케도안쓰럽다.

 

결혼 후 30%가 이혼하는 세대다. 또 황혼 이혼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혼을 생각지 않은 부부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힘든 시기에 이혼을 생각했던 사람이다. 남자의 잘못은 다 용서하고 참고

살면 늙어서는 다 아내를 이해하고 위한다. 라고 하시던 시모님의 말씀이 너무 야속하고 서러웠던

젊은 시절, 아들의 역성을 들면서 항상 남편은 하늘이라시며 한마디 말대답을 못하도록 나를

나무라시기에 이혼 결심을 몇 번이나 했다. 더구나 중매로 이루어진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으로만

맺은 것이 아니다. 부모, 인척간에 이루어진 연결고리다. 서로 얽히어 자식 또한 부모님께 누가

되지 않게 조신하면서 살아야 하던 세대기에 버티어온지난 세월이다.딸을 남의 가문에 보내는

결혼식, 떳떳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돈을 대하기는 또한 얼마나 난처할까?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

되어야 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시점이다. 자식이라는 끈으로 오랜만에 만난 옛 부부는 양가의

축복을 듬뿍 받으면서 결혼했던 그 옛날을 생각하면 딸아이에게 미안함이 왜 없지 않을까?

답례 인사를 해야 하는 식당에는 신부 댁 부모는 나타나지 않고 신랑 댁 부모만 찾아준

 하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두 아이가 결혼한 지금 세상은 많이도 바뀌었다.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시어미는 아들을 나무라고

 며느리 편을 들어야 내 아들이 편함을 안다. 자식들, 저들끼리만 잘 사는 게 일등 효자라는

 세상이다. 어려운 시절, 참고 사는 인내를 부모님 삶을 통해 배웠다. 풍요가 주는 상대적

빈곤과 이혼의 급증은 선진국으로 가는 홍역이라고 말한다. 흔한 이혼을 위해 가족법도

 많이 바뀌었다. 양육권이 있는 엄마가 재혼하면 새아버지 성을 따라야 한다는 민법도 만들어졌다.

동생 스스로가 결손가정 아이라고 자처하면서 힘들게 자란 딸이 염치없지만 잘 살아주기를 바란다는

 가슴 깊이 묻혀있는 순수한아버지의 맘을 딸아이에게 얼마만큼 뜨겁게 전달될지 가슴이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