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집 거실은 핵폭탄 백만개는 터진 집 같다.
박스며 서랍장 옷가지와 책들이 뒤엉켜 엉망하고도 진창이다.
이 뒤죽박죽의 아수라장에서도 둘째는 잠도 달게 자고 짐을 잘도 챙긴다.
거실이 좁은 집도 아닌데 짐더미가 금방 이상짐을 풀어 놓은 집같다.
거실만 그런게 아니라 아들 방과 자매들이 자던 방 또한 마찬가지다.
아프리카로 가기 위해 원룸의 짐을 챙겨 온 둘째는 시시한 가정집 이삿짐보다 더 많은 짐을 안고 왔다.
저 많은 짐을 그 좁은 원룸에 어찌 다 구겨 넣고 살았을까 싶다.
그 많은 짐들을 누가 택배로 부쳐 줬게.
혹시라도 객지에서 용돈 삭이며 비싼 물건 살까 봐 내가 하나둘씩 다 부쳐 준거네..ㅋㅋㅋㅋ
둘째는 아주 어릴 때 부터 개인 짐이 많았다.
책상 위에도 학교 사물함에도 가방에도.
항상 짐들이 둘째 덩치만큼 있었다.
아무리 짐 정리를 좀 하고 살아라 타일러도 그 부분은 안되는 부분이었다.
방 청소를 안 해 두면 방에 널린 짐들을 다 소각시켜 버린다고 해도 고쳐 지지 않았다.
으름장으로는 고쳐 질 기미가 안 보이기에 어떤 날은 진짜로 소각장에 넣어 버린 날도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각장으로 뛰어 가던 날 이제 좀 고쳐 지려나..했었다.
실지로 안 태우고 그냥 소각장에 넣어 두기만 해서 안 고쳐졌을까?
며칠 동안 빤.하더니 원상태로 돌아갔다.
삼남매가 다 초등학생 때 온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 갈 때도 혼자 짐이
나머니 네 식구의 짐보다 많았을 정도다.
메모지며 책들이 이 구석 저구석에서 튀어 나왔고 아침 저녁으로 갈아 입을 옷가지들이
모델들처럼 많기에 물었더니 혹시 사진에 후줄근한 모습이 남으면 평생 후회할거라고 했다.
사진이란 한번 찍히고나면 고칠 수 없는 기록이기에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이번에 아프리카로 떠나면서도 돌아 올 때 후회없이 버리고 와도 될 옷을 가져 가라니까
절대 안 그럴거란다.
빛나는 20대 초반에 왜 그래야 하냐고?
엄청난 사치를 하는 아이도 아닌데 자기관리가 철두철미하다고 좋게 봐 줘야할까?
덕분에 온 집은 난장판이고 다른 가족들은 둘째가 온다 그러면 언제 갈건지가 먼저 궁금할 정도다.
둘째가 집에 있는 한 공간활용이 용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들도 작은 누나가 집에 있다고 그러면 당연히 어수선할거라고 편하게 생각하고만다.
여자애가 이렇게해서 시집은 어떻게 갈거냐고 윽박지르면 다 사는 수가 있다나?
반대로 정리정돈을 아주 잘하는 착한 남자를 만나면 아무 문제가 없을거라니....
둘째가 집에 있으면 비닐봉투와 빈 박스를 가지고 주워담고 싸서 버리기 바쁘다.
어쩌다가 안 버릴 물건이라도 버린 날에는 소각장으로 직행을 했는지 난리 아닌 난리가 난다.
그러게 누가 어질러 놓고 살래?ㅋㅋㅋ
둘째가 잘 안되는 정리정돈이 고치기 힘든 성격이라면
다른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넘어가야 할지.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억지로 고치게 하면 안되듯이 이 부분을 억지로 잘 하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더 산만해질까 걱정도 된다.
그래도 둘째는 개인 짐들은 엄청 알뜰히 사용하고 마르고 닳도록 오래 쓰는 장점도 있다.
그러니 못 버리고 다 갖고 사나보다.
개인소지품들은 기가 막히게 잘 기억하고 애착심도 많다.
때되면 좀 나아지겠거니...믿어주고 싶다.
나도 지치니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