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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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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댐양, 우물양, 무심양, 왕언니, 지멋양.


BY 새봄 2013-02-17

나는 내 감정에 도취하고 치우쳐 내 이야기만 주저리주저리 쓰는 편인데

오늘은 텃밭도서관에서 같이 일하는 다섯 명의 여자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본인의 이름 대신 여기서만 부르는 가명을 만들어 편하고 재미있게 쓸 생각이다.

 

먼저 오전조 중에 한분 나댐양 되시겠다.

나댐양 이력은 특이하다.

중남미중 어떤 나라에서 여행자숙박업을 하다가 한국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했고,

사기꾼이 한국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그 사기꾼을 잡으러 조국 땅을 밟게 되었다는 영화 같은 사건 되시겠다.

지금 그 사기꾼을 상대로 소송중이며 여행자 비자를 가지고 잠시 머무르면서

도서관에 들어온 나보다 한 살 많은 오십대 아줌마다.

처음 접하는 도서관 일을 모르면서 너무 설치고  다녀서 나댐양이 되었다.

이곳일은 이용자랑 직접 업무가 발생하고 처리해야하는 일이라

실수를 하면 그 화살이 날아와 같이 일하는 우리에게 꽂히게 된다.

물론 처음 배울 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기가 그 실수를 인정하지도 않고, 잘 모르면서 아는 척 안 그런 척 한다는 게 문제다.

그리하여 오전에 같이 일하는 분과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두 분 다 나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으니, 내가 참 난처하다.

커피마신 종이컵도 아무데나 던져놓고, 반복되는 일도 툭하면 실수하고,

자격지심 때문인지 노여움도 많이 타고....그래도 당당하고 씩씩하다.

사기꾼에게 사기당한 돈 다 받아내고, 다시 중남미로 무사히 돌아가길 바래본다.

 

나댐 양하고 사이가 안 좋은 오전 조 우물양은 삼십대 후반이다.

웃을 땐 볼우물이 폭 파여서 참 예쁘고,

항상 나만 보면 그 볼우물을 더 깊게 보이며 웃어줘서 좋다.

내게 먼저 말을 걸고,

내게 먼저 일에 대해 의논하고 참 참하고 부지런하고 일 잘하는 우물양 되시겠다.

항상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바른생활 신조를 가지고 가정생활도 바르게 가꾸고 있는듯하다.

다만 나댐양하고 사이가 안 좋아서 내게 하소연을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긴 한데,

나댐양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다 알기에 받은 만큼 풀 수가 있어 괜찮을 것이다.

 

세상사 돌아가는 일에 무심해 보이는 무심양은

나와 호흡을 맞추며 오후 도서관 일을 책임지고 있다.

모든 일에 무심해 보여서 감정을 읽을 수가 없다.

먹을 걸 줘도 안 먹고 뭘 물어봐도 단답식이라서 그 다음부터는 말 걸기가 뻘쭘하다.

오후 여섯시에 오전 조 세 분이 퇴근을 하게 되면 나랑 둘이 밤 열시까지 일을 하게 된다.

그럼 세상 돌아가는 세상사도 읊고, 이용자들 장단점도 의논하고,

출출한 밤에 차 한 잔하며 빵 한쪽이나 과일도 나누고 싶은데, 전혀 그러지 못한다.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꿈이 없단다.

아주아주 조용한 여자고, 얌전하고 하루종일 말이 없다.

근데 자기 할 일은 열심히 성실하게 한다. 젊었을 때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나도 붙임성이 없었고, 하루 종일 물어보는 것 외엔 말을 안 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람들은 왜 지나고 나면 자기 잘못을 알게 될까?

지금의 무심양도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웃으며 일한다면 직장 생활하기가 훨씬 부드러울 텐데...

그래도 요즘은 많이 마음을 열고, 내가 농담을 하면 받아주면서 웃기도 한다.

이렇게 두 여자가 농촌밤 같은 조용한 분위기로 텃밭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우리끼리 왕언니로 불리는 언니는 육십 대 할머니시다.

자식들은 다 출가를 시키고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를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항상 먹을 걸 챙겨 오시고,

우리말을 귀담아 들어주시고 해답도 정확하게 집어 주시는 왕언니 되시겠다.

가식 없이 솔직하시고 내가 나이가 많아 하면서 어른대접도 원하시지 않는다.

같은 입장에서 이해심도 많고 힘든 일도 먼저 하시는 분이시다.

왕언니가 계속 텃밭도서관에 계시면서 인생도 희망도 일러주시고 서로 도와가면서 일하고 싶다.

남편분이 경제관념이 없으셔서 경제적으론 힘들었지만 항상 밝고 긍정적인 힘을 갖고 계신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나보고 이용자들에게 제일 친절하고,

제일 밟고 잘 웃고 고생 하나도 안한 사람 같다나...

왕언니의 칭찬을 듣고 더 친절하고 더 많이 웃어야겠다.

 

 

자기 멋에 겨워 사는 여자가 있다.

오십이 넘은 여자가 레깅스에(쫄 바지 되시겠다)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닌다.

매일 옷을 바꿔 입고 매일 멋을 부리고 다녀서 지멋양 되시겠다.

근데, 입고 다니는 옷 중에 70퍼센트는 자신의 옷이 아니다.

친척이 작다고 준 옷이거나(나이 들면 다들 사이즈가 커지기 때문), 딸아이 옷이다.

지멋양은 처녀 때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아직도 몸매는 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좀 주책없기도 하다.

세상이 정말 아름다워요, 오늘 목화솜 같은 눈이 하늘하늘 날렸어요, 하거나.

내 꿈은요, 시골 가서 꽃 기르며 사는 거예요. 하거나. 꿈이 뭐예요? 묻기도 한다.

이런 주책바가지를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만 내미는 게 아니다

이용자님에게도 겉 옷 색이 참 따스하고 예뻐요, 하기도 하고.

어머! 이 책 정말 재미있는데...재미있게 보셨어요? 업무 외에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

저저 저번에는 어린 소녀와 꽃이 좋다며 호들갑을 떠는데...못 봐주겠다.

누가 물어봤냐고? 누가 물어보라고 했냐고요?

정신이 완존 소녀풍에서 벗어나지 못한듯하다.

맨날 실실거리거나 히쭉히쭉 쪼개고 다닌다.

남편이 잘해주나보다, 아님 돈이 많은가자식이 공부를 잘하나보다, 아님 출세했나?

그런 것 같지 않은데...희한한 아줌마 되시겠다.

이 지멋에 겨운 여자는...바로바로 이 몸 되시겠다. ㅋㅋㅋ

 

어제도 난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웃으며 일을 하고, 신나게 퇴근을 한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