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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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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BY 그대향기 2013-01-04

 

 

 

 

안방 욕실 청소를 하다가 소독장에서 생리대를 치우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달이 치루었던 월중 행사용품이었던 생리대가

이젠 영원히 나랑은 인연이 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생리가 끊어지고 호적상의 여자로만 남게 되면서 기분이 묘했다.

다달이 그 번거로운 (?) 행사를 치루느라 여간 성가신게 아니었다가

막상 완전히 끊어지고 나니 내 몸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내 신체    모든 부분은  있던 자리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히는 알수 없는 허전함과 아릿한 기분에 끊어지고 한두달 정도는 그 날이 기다려졌다.

다시는 못 돌아올 걸 알면서도 생리대를 종류별로 사 소독장엘 채워뒀었다.

그러다가 그날이 다 지나가고 아무런 기미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는 혼자서 피씩 웃고 말았다.

바람 빠진 풍선에서 나는 것 같은 흐릿한 웃음을.

이제 나는 여자도 아닌거야?

그냥 사람인 거야?

 

생물학적 여자에서 호적상 여자로 확인 되고 난 다음부터 이것저것 호르몬제를 복용하게 되었다.

골다공증도 겁나고 갱년기 우울증도 두렵다.

워낙에 통뼈에다가 강골이라 크게 걱정은 안했는데 옆에서들  신경 써라며 성화가 대단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기 바로 전 겨울에 초경을 했으니 햇수로는 거의 40년이다.

초경을  하면서 느꼈던 그 두렵고 낯설고 꼭 죽을 것만 같았던 무섬증은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이었다.

오빠들만 넷이나 있었던 집에 막내딸이었으니 성교육은 전무했다.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도 성교육은 형식적이었거나 아예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니 속옷을 적신 붉은 피가 얼마나 무섭고 죽음의 공포까지 가질 않겠는가 말이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방송, 인터넷에서도 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니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똑똑하다.

 

안방 욕실에서 가족욕실로 옮긴 생리대

갱년기 우울증도 모르고 지나가는 내가 편한 사람이긴한데

알수 없는 그 어떤 아쉬움이 아련한 추억처럼 남았다.

다달이 그 날이 오면 번거롭고 성가시다고만 여겼던 마음이 그립기까지하니 .....

편한 사람이 되었는데도 반대로 아~옛날이여를 되새기게 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월중 행사용품들을 한데 모아서 정리하면서 여자는 여자다울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는 걸 알았다.

생리통도 크게 없었던 나는 월중행사도 아주 조용히 가만가만 잘 치루었던 것 같아 내 몸한테 고맙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규칙적이었기에 배란도 쉬웠던 것에 감사하다.

 

보드랍고 예쁜 생리대를 새삼스럽게 매만지다가 나는 참 건강한 여자였구나..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