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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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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의 횡설수설.


BY lala47 2012-12-21

요즘은 늦도록 잠이 들지 못하다가 늦잠을 자고 만다.

내가 아홉시에 일어나든 열시에 일어나든 아무도 내게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겠지만 편하긴 무지 편하다.

이렇게 고삐 풀린 말처럼 내 맘대로 살다가 어느 날 떠나겠지.

편히만 갈수 있다면 그 또한 행운이다.

어느 날은 지독한 두통을 안고 눈을 뜨고 어느 날은 손에 마비가 와서 한시간쯤 주물러야만

움직일수 있으니 날마다 다른 날이다.

늙어가는 과정이 참 지겹다.

육십년 이상 쓴 기계가 여기 저기서 삐끄덕거린다.

맑은 정신과 개운한 몸으로 아침에 눈을 뜬지가 언제였던가.

 

된장찌게를 끓여서 삼박 사일동안 먹고 어제는 미역국을 끓였는데 데우기가 싫다.

만들어놓은 반찬을 꺼내 먹기가 싫으니 게으름이 극에 달했다.

저건 뭐였더라.. 뚜껑을 열어보는것도 귀찮아 찌게 하나에 밥 반공기를 먹고 만다.

유효기한이 지난 김이 기름 냄새를 풍겨서 못먹고 한구석에 밀어놓았다.

 

밖에는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

베란다 창으로 보이는 주차장에 내 까망색 차에 눈이 하얗게 쌓이는 모습이 보인다.

어울리지 않던 외제차를 버리고 가스차로 바꾼 이후에 가스 충전소만 보이면 가스가 떨어지지않아도

들어가 가스를 주입을 하곤 한다.

만오천원..이만원.. 가격이 마음에 든다.

오산에서 충전소 찾기가 그리 쉽진 않았다.

아직은 운전을 할수 있고 움직일수 있는 차가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TV에서는 새 대통령 이야기로 꽃피우고 있다.

새로운 세상이 정말로 열렸으면 좋겠다.

중학교시절의 교장수녀님의 얼굴이 TV에 보인다.

수녀님도 많이 늙으셨네..

근혜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고등학교때 중학교에 입학한 박근혜는 상급생이 지나가면 복도 한편으로 비켜서는

아이였다.

 

창밖을 보니 눈이 함박눈으로 변하고 있다.

윤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길은 미끄럽지 않았을까.

윤하는 차좌석의 자기 자리에 앉으면 울어대는데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

어린이집에서 버스를 운영해주면 좋을텐데...

이런 저런 염려가 할머니답다며 혼자 피식 웃고 만다.

아이들은 나를 잊고 있을텐데 나는 늘 아이들을 생각한다.

이런것이 자식과 부모의 관계일테지.

 

성탄절을 앞두고 판공성사를 보아야할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십계명만 어기지 않으면 된다던 내가 이젠 주일 미사를 자꾸 빠지곤 하니 큰소리 칠것이 없다.

도둑질을 한것도 아니고 살인을 한것도 아니고 간음을 한것도 아니면 십계명을 지킨것이라고

말한 오만함을 이제는 반성한다.

오만이 죄다.

성모의 집에 찾아가 수녀님께 식사 대접을 했다.

내 형편이 이리 된 이후로 유일하게 내가 대접하는 사람은 수녀님뿐이다.

구십을 바라보시면서도 소녀같은  수녀님을 뵈니 결혼이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한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가 말했다.

왜 좀더 일찍 이혼을 하지 육십이 되도록 버티었느냐고 묻는다.

진작에 이혼을 했으면 내 인생이 좀 달라졌을까.

버티는것이 내 몫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드니 운명론자가 되었는지 내가 좀더 일찍 이혼을 했더라도 별 다를건 없었을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게 주어진 복의 한계는 어느 상황에 놓였더라도 같았을것이다.

그랬더라면..이랬더라면.. 이런 생각은 그만 두기로 한다.

모든것이 내 탓이다.

남의 탓을 하는것도 그만 두기로 한다.

어쩌면 이런 자세는 누군가와의 행복에대한 체념일지도 모르겠다.

혼자만의 행복..

과연 가능한 일이기는 한지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 기대를 놓지 않는 자신을 본다.

 

한해가 저물고 있다.

살아남았다는 의미를 둔 한해였다.

살아남았으니 무언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