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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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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금성일식 꼭 보자


BY 金木犀 2012-06-07

달포 전 부터 동창 예닐곱과 시작된 산행은 어찌나 정겹던지 미안해서도 못 빠진다.

 

어제도 일주일에 한 번인 만남을 위해 원당행 열차에 올랐는데 약속시간이 못 됐는데도

 

어디냐고 전화다. 구파발 떠났다며 지각 아니쟈나? 하니 다들 와 있단다.

 

구파발에서 원당이라야 세 정거장이요 십분이면 충분하건만 맘 급해져 무쟈 길게 느껴진다.

 

가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빠지고 남자 넷 여자 둘이 왔다.

 

우선 바람떡 두어개씩을 나눠 먹고 원당역 앞산부터 시작해 행주산성까지 오르기로 한다.

 

햇살이 아직 퍼지지 않아 선선하고 보드라운 흙이 운동화 밑바닥에 느껴지는 게 상쾌하다

 

고백하자면 나는 늘 등산에선 꼴찌다.

 

몸무게가 나가선지 허리가 시원찮아선지 숨 차고 굼떠 빨랑 행군할 형편이 아니다.

 

친구들이 얼릉 와 하면 피난 가냐? 놀멘 놀멘 가자고 뱃장을 부리곤 한다.

 

오늘도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 행주산성까지 갔고 해장술 한잔에 화정역을 향하는데

 

옥수수는 벌써 익었다를 합창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노래제목 캔터기 옛집이 안 생각 나

 

만사휴이

 

서향에 햇빛을 받으며 돌아오는 전철은 오손도손 앉은 우리들을 더 어린 날로 돌아가게 한다.

 

충청도에 집을 짓고 있는 찬구가 전화하면 니들 후딱 와야 한다 삼겹살 궈 줄게 하니

 

5년 전 이혼한 친구가 문득 집 사람이 환갑이라 여행 간 모양인데 짠하네 한다.

 

우리가 재결합을 묻자 가능성 없고 지금이 편하고 행복하단다.

 

그러면서 고부갈등도 아니고 이혼을 하두 졸라 해줬지만 정확한 이율 모른단다. 


울 나라 최고 의대에 자식 둘을 보내고 소위 공사란 직장에 잘나고 순한 성실남

 

그가 황혼이혼을 당하고 아직 여의지 않은 자식 혼사에 흠이 될까 눈물 보이는 저녁

 

갈라선 뒤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마쳤다는 그의 아내는 얼마만큼이나 행복하려나?

 

이혼은 반반의 잘못이라고 설왕설래 하는 속에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부인이 오랜 세월 맺히고 맺히고 또오 맺히는 뭔가가 있어설 거야

 

맘 편하면 됐어 자식 잘 키워놨는데 뭔 걱정 


너 당糖 있다는데 부지런히 건강 잘 지키고,

 

낼 금성일식 꼭 보자

 

뭐 끼고 안 보면 눈 먼다더라 눈 조심하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