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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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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골 이야기 <19호집 이사오던날>


BY 미오리 2012-06-07

 








 

엄나무골에는

19호 20호 21호 세가구가 살고있다

어제는 현충일 19호집에 이사를 오는 날이다

동작이 굼뜬 미오리는 아침부터 바쁘다

고구마묵을쓰고 텃밭으로 나가서 상추를 뜯고 부추를 베고

몇가지 밑반찬을 꺼내고

아욱국을 끓이고

밥은 몇인분이나 해야할까?

19호집에 이사를오면 점심을 대접할 생각으로

분주하다 혹시 먹거리도 시원찮게 차려놓고 욕이나 안먹겠나 싶어

냉동실을 뒤져서 돼지고기를 찾아서 볶고

동작이 굼뜬 미오리는 옆방 언니께 도움을 청해서

시원한곳에 멍석을 깔아놓고 밥상을 차렸다

이윽고 이삿짐 차가오고 점심을 먼저 드시고 시작 하시라고 나름대로

부지런히 차려놨더니 깜짝 놀라며 미안해서 어찌하냐고 이사오는 언니는

어쩔쭐 몰라한다

찬은 없지만 맛나게 드세요

이삿짐 직원들이 요즘 보기힘든 시골 인심이라며

아욱국에 상추쌈에 20호집 남자까지 12명이 멍석위에 둘러 앉아

고맙게도 밥솥을 다 비웠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시고 이삿짐 정리에 들어가고

이사온 언니와 우물가에서 설겆이를 하며 가족 소개를 받았다

형제를든 언니부부는 큰아들은 직장에 다니고 둘째아들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졌단다

정신도 지체도 물편한 27살의 청년 종헌이

동병상련 이라했던가 종현의 모습 속에서 미오리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그나마 미오리는 종헌이 보다는 훨씬 나았다

설겆이를 마치고 옆방언니와 미오리는 20호집 남자를 따라서

오디를 따러 갔다 와서는 다시 저녁 준비를했다

부엌살림도 정리가 안돼고 이사하느라 힘들었을것을 생각하니

저녁까지 책임을 져야 할것 같아서 하긴하는대

무엇을 해서 먹을까 

우선 닭장으로가서 알을 꺼내와서 계란찜을하고 아끼고 아끼던

오가피순 삶아든것과 뽕잎을 꺼내 무치고 자반고등어를 조리고 있는대

엄마가 밭에서 오시더니 풋고추를 따오셨다 풋고추 덕분에 저녁상은 근사해 졌다

옆방 언니네 아저씨가 퇴근하시고 오시고

종헌네 3식구 미오리네 2식구 저녁에는 7식구가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니

오랫만에 식구들이 많아서 옛날 생각이 나신다 하셨다

저녁을 먹고 상만 거둬두고 설겆이는 아무도 손을 못대게하고 풍덩 담가두고는

모두 일어나서 이사온 언니네 집 마당에 펼쳐놓은 파라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인사를 나누며 밤 하늘의 별을 보며 긴이야기를 나누고는 좋은꿈 꾸라고

덕담을 나누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