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내 안에 부처에게 몹시 실망한다.
언젠가 그녀가 말했다.
\"이중인격자라고.\"
지금도 그 말을 부인할수 없지만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내 과격한 성격이 차츰 포장되어 가면서
내 이중인격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나는 가족들 사이에서 될수있는 한 싫타 좋타의 표현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니 속은 싫지만
속은 아니지만
겉으로 그 속을 들어내지 않으려 애를 쓴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졸열한 내 성격에 실망한다.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시댁과 갈등이 있었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부딛치며 겪어야만 하는
맏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것을 겪어야 했지만
내 결혼 생활자체가 순탄치 않은 데에서 생긴것이 더 많은것 같다.
예전에 시댁과의 갈등으로 온통억울하여 분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 있었지만
훗날 알게된 사실이 있다면
나또한 백 프로 완전한 인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춥고 떨리던 세월을 살아오면서
\"차디찬 법당에 앉아서 오로지 기도와 눈물로 세월을 견뎠다.\"
그렇게 한 ~십오육년쯤 지났겠지
그로 인하여 내가 알아낸 또 하나의 사실
누구에게나 고통에 몫이 있어
자기 자신이 극복하지 않으면 않된다는 것.
어느 누구도 대신 해줄수 없다는 것.
그을 일컫어 \"업\"이라는 이름으로 씌워진 굴레가 있었다.
시집 이라는것, 아내라는것,어머니라는것
이모두가 내가 만들어낸 업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걸 덮어두고 \"덕\"을 쌓기위해 노력했다.
때때로 내 안에 부처가 실망했다.
그러나 내집에 재물이 그리 많은것도 아니련만
시댁 애경사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시부모 생활비 병원비 한번도 눈찌푸리지 않고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아들하나 더 낳아 기르는 심 치자구요.
그리고 다홍치마때 첫정으로 사랑을 베풀어주시던 시부모님의 은혜를 되집어
용서할것은 용서하며 감사할것은 감사하며 나름 애를 써왔다.
그런데 한번 금이간 시댁식구들과의 관계는 늘 줄다리기 같았다.
겉으로는 아름답게 포장이 되어 눈치채지 못하지만 남편 조차도 모르게 내 안에서 이어지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늘 씁씁해도 내색없이
기분이 얹잖아도 표현하지 않고
얼마를 살아왔는데
나는 오늘 내 인간성에 한계를 느꼈다.
이렇게 해도 덕이 쌓일까?
과연 이리쌓인 덕이 복이 될까?
그러나 더 악업을 짓는 것 보다는 낫겠지.
우선 우리 남편도 편할테고.........
그 사람은 내가 자기 부모 형제때문에 이렇게 골코 골아가는것을 모르는체 세월이 간다.
뼝 들어가는 내 가슴밖으로 튀쳐나오는
\"덕\"에 분노가 발광한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니?
오늘은 날씨가 무척 추웠다.
컨디션이 몹시 나빴다.
그럼에도 시댁에 생활비를 송금하고 돌아오는데 어디선가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시아버지임에 ...........
그런데 그양반은 나를 빤히 보고도 못본척 지나치려 했을지도...?
그 양반은 자주 그랬으니까.
나는 그것을 빤히 알면서 아주 반갑게
\"아버지!\"
그리고 약국에 들어가 약값지불해드리고
버섯 한덩어리 사드리고........
사람들이 딸이냐고 물었다.
터덜터덜 시장바구니를 끌고 오는데 왜 그렇게 바람이 부는지.
나는 오늘 내 이중성 때문에 화가 났다.
내 안에 부처가 뿔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