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나두, 나두~ 여기서 잘래~”
퇴원하고 돌아온 안방 침대에 남편과 나란히 누웠는데
막내 유나가 막무가내로 이불을 들추고 발 아래로 가로질러 누워버린다.
“어!! 어!!! 이거 뭐야~ 유나야!! 너 왜 그래~~”
“나두 이모랑 잘래~ ”
전에도 툭하면 ‘피그미’ 인형을 안고 우리 침대로 파고드는 통에
남편이 밀려나서 유나 침대로 가서 자기도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혼자 우리 침대서 잤던 유나는
내가 퇴원을 하자 자기가 이모를 간호 할 거라며 이 난리다.
엉겁결에 옆으로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몸을 꿈지럭거리던 중에
밖에서 친구의 딸 은영이가 과제물을 프린터 해 달라고 이모부를 불렀다.
남편이밖으로 나가기 무섭게 발 아래쪽으로 가로질러 누웠던 유나가
후다닥 남편 자리에 눕고선 다급하게 소리를 쳤다.
“이모!!!! 문 잠궈!! 문 잠궈 빨리~~~ 이모부 못 들어오게~~~ 얼른!!!”
예전 같음 ‘빨리’가 되지만 배에 힘을 줄 수가 없으니 버둥거리며 일어나려고 하자
달려가 문을 ‘딸깍’ 잠궈 버린다. 그리곤 베개에 머릴 댄지 3초 만에 잠이 들어버렸다.
중학교 졸업하고 검정고시로 대입자격을 얻은 뒤 바로 올해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 듯, 밤에 혼자 자는 걸 싫어한다.
자기 침대를 두고 언니 침대에 어떻게든 붙어 자려고 하다가, 기회만 되면 우리 침대도 습격한다.
며칠 전부터 유나가 파스타가 먹고 싶다는 말에 남편이 만들어서 차려주고
나는 소꼬리 곰탕을 줬지만 도무지 입맛이 없어서 한 숟갈도 먹질 못하고
신김치에 밥만 몇 숟갈 먹고 수저를 놓았더니, 파스타 한 접시를 다 먹어 놓고도
내 꼬리곰탕에 눈독을 들인다.
“꼬리곰탕 먹고 싶어? “
“응, 아싸~아~ !! “
후딱 끌어다가 살을 발라 겨자장에 찍어서 맛나게도 먹는다.
“유나야! 이모가 아프니까 좋지?”
“아니~”
“사람들이 이모가 절대 안 사주는 피자니 햄이니 인스턴트 냉면이니 탄산 음료수 마구 사다 주지,
이모 준다고 이것 저것 사오면 이모대신 또 먹지 좋잖아?”
“히~~ 응 진짜 그건 신나!”
완전 철딱서니 없는 막내딸이지만 솔직하고 착하고 정말 예쁘다.
우리 대화를 듣던 남편이 껴들었다.
“유나야, 그럼 우리 돌아가면서 수술할까? 그럼 우리 맨날 맛난 거 먹게 될 거잖아”
“카카~~ 나는 엉덩이 수술 할게, 지방흡입! 배는 은영 언니랑 이모부가 해~”
ㅋㅋㅋㅋㅋㅋ
딸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건가
겨우 깨워서 욕실에 보내놓고 보면 어느새 다시 변기에 앉아 졸고 있고,
지각할까봐 이것 저것 챙겨 보내고 나면 버스표 두고 갔다며 다시 돌아와서
학교까지 태워다 주며 잔소리 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직 버스 타지 않고 승용차로 가는 것만 신이 나서 종알종알 수다 떠들면
어디 딸 파는 가게 있음 빚을 내서라도 사오던가, 하나 훔쳐오고 싶다.
친정 엄마 간호를 하던 지난 겨울, 병원에서 운동하는 우리 뒤를 따라오던 아줌마들이
하던 말,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기처럼 달래는 나를 보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딸이야,,, 딸….. 며느리가 아니야……”
욕실 머리카락은 일주일에 한 두번 꼭 치워줘야 하고, 아침마다 깨워야 일어나는 녀석들이
내가 퇴원하는 날 이불을 말끔히 펴 놓고, 예쁜 꽃도 꽂아 주었다. 곁으로 깨알같이 쓴 카
드가 나를 감동시켰다.. 초등학생쯤 된 딸 하나 입양할까 생각 해보는 중이다.
과연 나는 엄마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