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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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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따른 감성..


BY 햇살나무 2011-10-01

나이가 들면 희로애락 중....애(哀)의 감성이 더 발달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땐 희(喜)의 감성이 지배적이었다.

그저 좋아하는 장난감 하나만 쥐어줘도 좋고 기뻤다.

무얼 보든 신기하고 재밌었고 친구들과 사소한 잡담으로도 숨이 넘어갈만큼 깔깔댔다.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다 아들이 두세살무렵 외할아버지 생일파티때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두 손바닥을 부딪히며 생일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곧 불게될 케익 위의 초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아주 신나고 재밌다는 그 표정에 반짝반짝 빛이 나던 두 눈동자...

그런 눈빛은 그 후로도 종종 있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아직 해가 밝기도 전인데 들뜨는 마음에 일찍 잠을 깬 아이가

머리맡에 놓여 있던 산타의 선물을 발견하고 신이 나서 안방에 들어와 잠든 나를 깨웠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왔다갔나봐요..이것 보세요..선물이예요!\"

입이 귀에 걸려 초롱거리는 눈으로 흥분해서 나를 흔들어 깨우던 아이..

그 아이의 그 표정....

그런데 사춘기를 맞이한 아들에게는 더 이상 그런 표정이 없다.

뭘 사줘도 심드렁해 한다.

그렇게 갖고싶어하던 아이폰을 손에 쥐고도 아이때의 그런 반짝이는 눈빛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작은 일에도 기쁘던 아이는 차츰 작은 일에도 화를 낸다.

예전....푸른 신록의 나이였던 그때....난 어서 나이를 먹어 마흔이 되고 싶었다.

그런 때가 있었다.

나의 앞날이 너무 불투명해서...결혼을 하고 싶지도 않은데 결혼을 해야한다는 압박때문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을 동경했었다.

불혹...얼마나 근사한 말인가...흔들림이 없다니...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니...

후딱 시간이 지나서 마흔이 되면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어떤 흔들림도 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

작은 일에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않고....내 앞날에 불안해 하지 않으리라...

그땐 몰랐다....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만 생각했었지...여자 나이 마흔이 무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매년 연말이면 새 다이어리와 메모용 탁상달력을 고른다.

올 해는 그닥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마음에 드는 걸 찾을때까지 고르느라 1월이 한참을 넘어서서야

구할수 있었다.

그렇게 나에게로 온 탁상달력이 어느덧 두장 남았다.

일년 연중행사를 기록하고.. 자, 한 해를 잘 지내보자...다짐했던 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의 중학교 교복을 맞추고 돌아오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 고등학교 교복을 맞추러 가야하다니...

그런 세월의 흐름조차 슬픔으로 다가온다.

오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올드 팝이 묘하게 슬프다.

예전 같으면 참...좋구나...감미롭구나..느꼈을 그 음악들이 이젠 어쩐지 마음이 짠해지며 슬픈 감성을 건드린다.

드라마를 보다가...다큐를 보다가...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안타깝고 슬퍼 눈물이 난다.

십대땐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던가...

이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난다....

난 어릴 때부터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면 공연히 마음이 서글펐다.

혹시라도 늦은 낮잠을 자다 눈을 떴을 때 해가 막 떨어져 어둠이 깔리고 있으면 눈물이 났다.

요즘 유독 서산으로 저무는 노을이 붉고 짙다.

그 화려함은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든다.

그 찰라가 너무 서글프다....

올 해는 가을앓이를 좀 하련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