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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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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별게 아니다


BY 김효숙 2011-08-18

대부도에 친구가 칼국수 집을 한다

난 다녀왔지만  남편은 아직 못가서 늘상 미안한 맘이 들었다

불고기감을 재워 가지고 일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대부도로 달렸다.

휴가도 없는 여름인가 했더니 그게 바로 휴가란 생각을 해 보았다

대부도를 잇는 바다위에 다리가 12km 나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바다 낚시를 한다

푸른 바다를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지하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겐 창밖을 내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늘상 답답했는데

오늘은 맘껏 바다에 넓고 푸르름을 가슴에 담아봐야지 혼자 달리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맘속에 못다한    이야기들과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자유스러움의 모습들이 나에겐 지나간 추억이 되고 낚시를 드리운 모습들의 여유로움은

맘에서만 느껴보는 현실이지만 마음만은 모두 내것이리라 내가 누려본 것이리라

잠재우며 멋진 바다위 다리를 달렸다.

 

나를 기다려 주는 친구는 오는길이 뻥 뚫렸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날려주고

난 신이 나서 랄라 룰루 고삐 풀린 망아지가  들녘을 좋아라 달아나는 것 처럼 내마음도 그랬다.

 

구봉도  대부도 끝자락에 있는  작은 섬이다.

친구가 강원도  고성에 있을 때는 훌쩍 고속버스를 타고 달려갔는데 구봉도는 차가 없으면 갈 수 없는

작은 섬이라  마음이 답답했었다.

그런 내마음을 아는지 남편은 흔쾌히 같이 와 준 것이다

 달리는 네비게이션 남은 시간을 자꾸만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친구네 다다랐다.

 

친구 부부도 기다렸는지 주차장에 차가 이르자 가게에서 나와 반겨 주었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사람이 그리운 것은 낯선 타지에 왔을 때 더욱 그런가보다.

 

따끈한 밥을 해서 조개젓 매운탕  가리비 찜이 한상 차려지고 배고프던 차에 맛있게 먹고 나니

어느새 어둑해져 온다 친구는 바닷물이 나갔다고 나를 설레이게 한다.

서울에 오늘 올라갈지 모르지만 바다에 한번 다녀와야지 병이 날것 같은걸 아는지

친구가 장화 신고 후레쉬를 가지고 가자고 하기에 얼른 따라 나섰다.

 

갯벌에 조개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것 같았는데 고동 몇개 줍고 돌밑에 까만 게 몇마리다

시늉이라도 했으니 좋지만 맘에 차지 않았다.

친구와 갯벌을 나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후레쉬를 들고 딸이랑 바다를 나간다

어디가냐 물었더니 망둥이와  골뱅이 잡으러 간댄다

나도 데리고 가라고 했더니 함께 가자고 한다

얼마나 신이 나던지 친구는 가게로 가라하고 난 따라 나섰다.

 

우리 남편 꼭 잡아놔...........내가 바다에 가서 안오면 못가는거지

될수 있는대로 멀리 멀리 가서 늦게 와야지 내맘엔 심술쟁이가 이겨서

자꾸만 자꾸만 바다 멀리 갔다.

갯벌위에  골뱅이가 올라온 개흙을 발견하면 손을 넣어 잡으면 골뱅이다.

신이 난다. 와아.

 

한시간은 걸었나 왜 그리 안보이는지..아저씨를 졸졸  따라 다니며 골뱅이를 주웠다.

한양재기 주었을까..............바다에 작은 물또랑이 보인다.

아저씨가 망둥이 잡은 곳이라며 물길을 따라 불을 비추이며 잠자고 있는 망둥어를 발견하고는

날 보고 잡으라고 한다. 가만가만..........흙으로 위장하고 잠자는 망둥어를 손으로 꽉 잡는 순간

한주먹이다..............와아 신난다

나중엔 내가 따로 걸어가며 잡았는데 손맛이 그리 좋을 줄은 몰랐다

휴가가 따로 없다.

망둥이 한마리만 잡아도 어릴적 갯벌 체험의 추억으로 달려갔기에  그것으로 기뻤다.

자루에 담으면 망둥어가 파다닥 거린다.

그것도 한양재기 잡았다.

 

갑자기 바다 저멀리 안개가 자욱해져 온다

아저씨는 얼른 나가야지 길을 잃는다고 한다

부둣가가 안보인다. 뭍에 있는 사위에게 전화를 해서 자동차 시동을 걸로 불을 밝혀 놓으라고 했다

아무리 가도가도 불빛이 안보인다.

물은 들어 올 시간이 되고 부랴부랴 걸었다

빨리 걸으니 골뱅이가 더 잘보이네 골뱅이 잡다가 죽으면 그래도 행복하지

주으며 주으며 뭍으로 걸어오니 불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안심이다.

그래도 살려고 걸음이 빨리 걷게되니 나도 사람인가 보다  하하

아저씨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가게에 오니 울남편은 파라솔 밑에 친구 남편이랑

아랫집 가게 아저씨랑 매운탕을 먹으며 웃고 있었다.

오래 기다려줘 고마웠다

맘속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아내에 대한 배려가 있기에 허리가 아픈데도 참아주었을 것이다 ㅋ

얼른 망둥어는 씻어 냉장고 넣어 놓고 골뱅이는 데쳐서 오이넣고 초고추장에 묻혀 내왔다

한두개 먹고는 안먹는 남편.........에구 내가 다 먹었다  개흙을 해금시켜야 하는데

자랑하려고 급하게 했더니 지금지금 흙이 친구 하잔다.

난 꿀꺽 꿀꺽 맛있다고 삼켰다.

까만 게는 간장에 붓고 울남편 간장에 청양초 넣어 하얀 쌀밥에 밥 비벼 먹게 해야지

그맘이 기뻤다.

 

어느새 새벽  3시다

모기장을 가게에 치고 남자들은 자고 우리는 이층에 올라가 잤다.

허리가 아파 끙끙거리면서도 왜 그리 좋은지 밤새 꿈속에서 망둥어랑 갯벌 게랑 골뱅이랑 친구할것 같아

단잠을 잤다. 아침 열시나 되어 아침밥을 해서 함께 먹고 서울로 왔다

고마운 친구...... 서울 가거들랑 아프다 소리 마라

다음에 또  오려면 남편 앞에 끙끙대지 마라 친구가 당부한다 하하

 

얼마전 용돈 쓰라며 나에게 송금해준 친구

가진 것 없어도 힘들어 하는 친구 맛난거 사먹으라며 큰 돈을 보내준 친구

난 무엇으로 잘하며 살아갈까 궁리중이다.

 

세상에 마음 나눌 친구 하나 있어서 난 행복한 사람이다

곤한데  답답한 아내 배려해주며  함께 해준 우리 남편에게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