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것도 에너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도 그립지 않은것은 그만큼 의욕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것은 슬픈 일이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은 에너지 넘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뿐이다.
그때는 참 좋았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건 사절이다.
추억이 아름답다고 해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추억이기때문에 아름다울수 있다는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힘들었던 부분은 다 걸러내고 아름다웠던 부분만 간직하는것이 추억이기때문이다.
사랑했었지..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그 사람과 다시 공유를 하라고 한다면 사절인것과 마찬가지다.
사랑은 가슴안에서 간직해야만 아름다울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이기적일수 있지만 어쩔수 없다.
사랑도 현실과 악수를 해야만 했던 것일까.
나이가 든다는것은 이런 이기심에서 벗어날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때문이다.
부모의 이혼이 자식에게 수치가 되었다고 말한들 그것은 네가 내가 될수 없음이라고 결론 지을수 밖에 없다.
자식은 영원히 자식일수 밖에 없다.
자식이 부모의 입장을 알수 있겠는가.
예전에는 그런 말들이 가슴 저렸는데 이재는 아무렇지가 않음은 나의 영역이 고집스러원진것임이 틀림 없다.
혼자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받아들였음이리라..
내 인생에 아무도 상관하지 말란 말이다.
자신의 잣대로 남의 인생을 평가하는것은 사절이다.
최선을 다 했다고 나 스스로 말하는것도 사실은 내 입장만 주장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로서 최선을 다 했음에 불과하겠지.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음은 확실하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 했음도 사실이다.
나의 능력을 훨씬 넘어선것이 최선이 아닐런지..
내 최선의 한계가 거기까지였으니까.
팔월도 중순을 넘어섰다.
폭우와 함께 여름이 가고 있다.
이 여름에 멍청히 컴앞에 앉아서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별 진전이 없이 시간을 까먹고 있다.
열정이 식은것인지 머리속에 벌레가 들어간것처럼 웽웽 거린다.
여름 탓이겠지..
이곳을 떠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것도 미지수다.
아무것도 정해진것이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이것은 우리가 늘 고민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팔월 십오일 광복절에 아침일찍 며늘애의 문자를 받았다.
\"아들도 보실겸 마실 나오시지 않으실래요?\"
점심을 아이들과 함께 했다.
\"엄마 젊어지셨어요. 헤어스타일도 좋고 얼굴도 좋아보이시네. 이젠 뽀고리 파마는 안하시나봐.\"
아들의 말에 웃었다.
뽀고리 파마를 하던 시절에 헤어스타일 좀 바꾸라고 하던 아들이 생각이 났다.
\"우리 머하고 노까.\"
윤지는 나를 친구로 아는지 자꾸 우리 머하까를 되풀이 한다.
팔월 한가운데 날에 웃을수 있었다.
웃음이란 충전이다.
오늘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간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래..\"
언니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들린다.
아버지를 언니에게만 맡기고 있는 미안함이 들었다.
아무래도 일산에 가봐야 할것 같다.
구십사세의 아버지..
지난 여름처럼 이번 여름도 건강에 이상이 오신것인지...
\"너 몇살이지?\"
자꾸만 물으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내 나이가 육십하고도 오세이라구요.\"
\"언제 그렇게 먹었냐..\"
언제 이렇게 먹었을까..
이렇게 먹도록 무엇을 했을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또 나이를 먹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