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 오랜만에 계란 후라이를 해서 밥을 비벼 먹었다
양념간장에 아직 덜 익은 노오란 알맹이를 썩썩 비벼서
한 입 떠 넣었다
오~~잉 기대했던 그 맛은 정녕 아니었다
어렸을 땐 다른 반찬 없어도 계란 후라이 하나만으로도
아주 귀한 반찬이 되곤 하던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어렸을 때 계란 후라이를 먹는 건 감히 생각조차
못했다
출근하는 아버지 밥상에 조그만 접시에 놓인 그걸 우리가
흘끔흘끔 볼라치면 아버지는 그런 우리들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간장을 조금 치셔서는 접시를 입에 대고 노른자만
쏙빼서 드시는 기술(?)을 발휘하셨다
그럼 나머지 흰자는 우리 5남매가 한 젓가락씩이라도
맛보았던 그런 아련한 기억이 떠올라 예전의 그 맛을
기대했었는데 내 입맛이 변한건지, 계란 맛이 변한건지
어렸을 때의 그 맛은 이미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믄 도시에서 살았는데도 그때는
가정경제를 위해 담옆에 조그만 닭장을 만들고
거기서 닭을 키우며 날마다 암탉이 낳는 계란이 있었는데도
엄마는 한 번도 우리에게 계란을 한 개씩 해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그건 부업으로 하는 일이라 날마다 계란을 통에다 꼭꼭
모았다 한 통이 가득 차면 시장 계란집으로 갖고 가 팔았던
그런 기억도 있다
그럴 정도로 귀했기에 어린 마음에도 계란은 감히 우리가
먹을 수 없는 것이라고 기특하게(?) 생각을 했었나 보다
이젠 계란 쯤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그런 시절이 되었지만
이미 그때의 맛은 아니기에 문득 옛날의 향수를 되새겨
보았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도시에서만 자린 내게도
되새겨 볼 추억이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