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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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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후라이


BY 시냇물 2011-08-13

 

점심 때 오랜만에 계란 후라이를 해서 밥을 비벼 먹었다

양념간장에 아직 덜 익은 노오란 알맹이를 썩썩 비벼서

한 입 떠 넣었다

오~~잉 기대했던 그 맛은 정녕 아니었다

 

어렸을 땐 다른 반찬 없어도 계란 후라이 하나만으로도

아주 귀한 반찬이 되곤 하던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어렸을 때 계란 후라이를 먹는 건 감히 생각조차

못했다

출근하는 아버지 밥상에 조그만 접시에 놓인 그걸 우리가

흘끔흘끔 볼라치면 아버지는 그런 우리들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간장을 조금 치셔서는 접시를 입에 대고 노른자만

쏙빼서 드시는 기술(?)을 발휘하셨다

 

그럼 나머지 흰자는 우리 5남매가 한 젓가락씩이라도

맛보았던 그런 아련한 기억이 떠올라 예전의 그 맛을

기대했었는데 내 입맛이 변한건지, 계란 맛이 변한건지

어렸을 때의 그 맛은 이미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믄 도시에서 살았는데도 그때는

가정경제를 위해 담옆에 조그만 닭장을 만들고

거기서 닭을 키우며 날마다 암탉이 낳는 계란이 있었는데도

엄마는 한 번도 우리에게 계란을 한 개씩 해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그건 부업으로 하는 일이라 날마다 계란을 통에다 꼭꼭

모았다 한 통이 가득 차면 시장 계란집으로 갖고 가 팔았던

그런 기억도 있다

그럴 정도로 귀했기에 어린 마음에도 계란은 감히 우리가

먹을 수 없는 것이라고 기특하게(?) 생각을 했었나 보다

 

이젠 계란 쯤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그런 시절이 되었지만

이미 그때의 맛은 아니기에 문득 옛날의 향수를 되새겨

보았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도시에서만 자린 내게도

되새겨 볼 추억이 있는건가?